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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쌤의 책방] ‘한국 사람’이라는 질문 – 우리는 누구인가?

『한국 사람 만들기 1』
함재봉 지음|에이치(H) 프레스

[봉쌤의 책방] ‘한국 사람’이라는 질문 – 우리는 누구인가?
『한국 사람 만들기 1』
함재봉 지음|에이치(H) 프레스

“우리는 누구인가?”
이 단순한 물음이 한국 근대사의 가장 깊은 질문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제임을 일깨워주는 책이 있다. 저자의 『한국 사람 만들기 1권』은 그 이름 그대로, “한국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한 사상사적 탐험이다. 한국 근대 150년의 지적 여정을 관통하며, 외세의 충격과 사상의 변용, 그리고 그 속에서 형성된 한국인의 정체성을 분석한다.

저자는 서구적 근대화의 수입이 단순한 제도 개혁이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그것은 인간 이해, 사회 인식, 국가 개념의 근본적 전환이었다. 조선 말기 개화파에서부터 일제강점기 민족주의자, 해방 이후의 자유주의자와 공산주의자, 그리고 산업화 세대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국인의 ‘자기 인식’이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지를 치밀하게 짚어낸다. 특히 외세의 압력 속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단일한 신념으로 자리 잡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정치적 동원이자 정신적 방어기제로 작동한 역사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은, 저자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한국 근대를 하나의 ‘정신사’로 읽는다. 즉, 제도나 경제의 변화보다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을 중심에 놓는다. 그의 분석은 철저히 사상사적이지만, 동시에 현실 정치의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유교적 질서가 무너진 이후 한국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도덕적 공백을 메워왔는지, 또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어떤 문화적 토양 위에서 자리 잡았는지를 차분히 추적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서구 문명과의 첫 만남이 던진 충격을 다루며, 후반부로 갈수록 ‘근대적 자아’와 ‘국가’ 개념이 한국인의 내면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한국인이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외래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모색했다. 즉, ‘한국 사람 만들기’란 외세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는 선택과 해석, 그리고 갈등의 역사 속에서 빚어진 ‘자기 형성의 과정’이었다.

저자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

저자는 또한 ‘민주주의’의 문제를 한국적 맥락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그는 민주주의를 단순히 제도나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자기 이해와 공동체적 윤리의 문제로 본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정치철학자이자 문명사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의 시선은 비판적이되 냉소적이지 않다. 오히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민주주의의 한국화’라는 더 큰 주제를 성찰하게 만든다.

문체 또한 학문적이면서도 독자를 배려한다. 전문적인 사상사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각 사조와 인물을 생생한 시대의 언어로 풀어내 독서의 흐름을 잃지 않게 한다. 그의 글에는 지식인의 책임감이 깔려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 해설이 아니라, 지성사 속에서 한국인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만들어왔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자 기록이다.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국적이나 혈통으로 규정되는 정체성이 아니다. 근대의 파고 속에서 외세의 충격과 내부의 분열을 넘어 서서히 형성된 ‘정신의 형성사’이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새롭게 구성하려는 인간의 의지이다. 저자는 이 과정을 정치사나 제도사가 아닌, 인간의 사유와 선택의 역사로 그려낸다. 그의 문체는 냉철하지만, 그 속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난다.

『한국 사람 만들기 1권』은 결국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질문이다.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묻는 일은 곧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를 다시 써 내려가야 한다는 과제를 이 책은 조용히 일깨운다. 완성된 결론 대신 열린 사유를 남기며, 저자는 오늘의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한국 사람 만들기, 그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top_tier_1@naver.com

  • William288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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