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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 관계, ‘실용과 신뢰’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

[사설] 한·중 관계, ‘실용과 신뢰’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 지난 1일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은 이날 이 대통령과 1시간 37분 동안 양국 간 교류·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최근 열린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은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를 다시 녹일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양국은 70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고,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공식화했다. 경제·교류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관계 복원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 서해 갈등, 문화 교류 제한 조치인 ‘한한령(限韓令)’ 해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산적하다. 관계 복원이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이번 회담을 실질적 협력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회담은 지난 9년간 단절됐던 정상 간 공식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면적 복원’이라는 표현을 공동으로 사용한 것도 상징적이다. 이는 그간 양국 관계가 얼마나 궤도에서 벗어나 있었는지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교류와 협력이 막혔던 시기를 넘어, 다시 전략적·실용적 동반자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확인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외형적 복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호 불신과 구조적 갈등이 여전히 잠재되어 있는 만큼, 그 토대를 튼튼히 다지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중 정상회담. 지난 1일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은 이날 이 대통령과 1시간 37분 동안 양국 간 교류·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경제 분야에서는 뚜렷한 진전이 있었다. 통화스와프 연장은 금융 안정의 안전판이자 양국 간 신뢰 회복의 상징이다. FTA 2단계 협상이 재개되면서, 기존의 상품 중심 교역을 넘어 서비스·투자 분야로 협력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교역 파트너를 넘어, 경제공동체적 상생관계를 모색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기업과 지방정부, 대학 등은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삼아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지원할 제도적·법적 인프라를 서둘러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안보와 외교 현안은 여전히 난제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평화의 근간을 흔드는 핵심 의제다. 이번 회담에서 서해상 중국의 구조물 설치 문제 등이 논의됐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는 양국의 인식 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은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추진하되, 한·미 동맹이라는 안보 축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균형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또한 민간 교류 복원은 한·중 관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바닥의 힘’이다. 한한령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비록 이번 회담에서 공식적인 해제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완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긍정적 신호다. 문화콘텐츠 산업, 관광, 청년·학술 교류는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신뢰의 기반이다. 정부는 실무 채널을 조속히 가동해 교류의 문턱을 낮추고, 민간이 체감할 수 있는 협력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 지난 1일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은 이날 이 대통령과 1시간 37분 동안 양국 간 교류·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관계 회복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견지해야 할 태도도 분명하다. 첫째, ‘원칙 있는 실용성’이다. 관계 복원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되며, 우리 안보와 이익을 지키는 선 안에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둘째, ‘균형 외교’다.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더라도 미국·일본 등과의 협력, 나아가 다자외교의 틀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셋째, ‘수평적 상생관계’다. 과거의 일방적 종속이나 눈치 보기식 외교를 반복해선 안 된다. 양국은 서로를 대등한 동반자로 인식하고,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의 새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결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리셋’의 가능성이 확인된 지금이야말로 양국이 새로운 신뢰를 쌓을 때다. 한국과 중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 왔지만, 미래는 과거가 아니라 선택이 만든다. 이번 회담이 진정한 관계 복원의 전환점이 되려면, 정치적 의지를 넘어 민간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실용과 신뢰, 그리고 상생의 외교로 한국과 중국이 동아시아 평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top_tier_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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