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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다. 서울 도심이 추모의 시간으로 잠시 멈추고,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유가족·시민이 함께 희생자를 기리는 기억식이 열린다. 이번 행사는 참사 이후 처음으로 정부와 유가족,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공식 추모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날의 추모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억을 넘어 사회안전 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2022년 10월 29일 밤, 좁은 골목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그날 이후 3년이 흘렀다. ‘국가가 어디 있었느냐’는 절규가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었고, ‘시민 안전’이라는 말의 무게를 새삼 일깨웠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달라졌는가. 군중 안전관리 매뉴얼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현장 대응 체계는 부처별 권한 다툼 속에 분절되어 있다. 그 사이 대형 축제와 행사 때마다 비슷한 위험 징후가 되풀이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23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참사 당시의 책임자 6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징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도의 허점을 메우지 못한다면, 또 다른 참사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진상 규명은 과거를 밝히기 위한 절차이자, 미래를 지키기 위한 출발점이다. 안전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행정 시스템과 사회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군중관리와 재난 대응의 책임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번 참사에서도 지자체와 경찰, 소방, 중앙정부의 역할이 서로 엇갈리며 ‘책임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인파가 모이는 행사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불명확해 주최자도, 관리주체도 모호했다. 이제라도 관련 법령을 정비해,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는 비공식 행사라도 안전관리 계획을 의무화해야 한다. 지자체의 현장 대응 권한을 강화하고, 인공지능 기반의 인파 예측 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실질적 조치도 필요하다.
또한 사고 후 대응체계 역시 뼈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초기 구조 실패의 핵심 원인은 ‘지휘 혼선’이었다. 현장지휘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고, 보고·전파 체계는 뒤엉켜 있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가동 기준을 낮추고, 다중 인명사고 발생 시 즉시 중앙이 통합 지휘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매뉴얼이 아무리 정교해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안전의식에 대한 사회적 전환도 절실하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 책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관료적 무사안일과 예산 논리, 정치적 계산이 국민의 생명을 앞설 때,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된다. 현장 공무원에게는 적극적 판단을 보장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결단이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대한민국 행정의 구조적 실패였다. 그날 희생된 159명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체계 부재가 낳은 비극이었다. 오늘의 기억식이 ‘추모의 의식’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실질적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진상 규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것은 헌법이 명시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민주사회가 존재할 이유다. 광화문에 울려 퍼질 1분의 묵념은 단지 지난 시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는 같은 비극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다짐이어야 한다. 기억은 책임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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