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엔 침묵, 냉부해엔 공세’… 국민의힘의 잣대는 왜 이리 흔들리나 [사설] ‘이태원엔 침묵, 냉부해엔 공세’… 국민의힘의 잣대는 왜 이리 흔들리나](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0/IMG_3394-2.jpeg)
이재명 대통령의 JTBC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국민의힘이 연일 ‘잃어버린 48시간’을 운운하며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진우 의원은 “국가위기관리의 공백”이라며 대통령 일정 전반을 문제 삼고, 일부 당직자들은 “대통령이 냉장고 앞에서 웃고 있을 때 국정은 멈춰 있었다”고까지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공세의 기저에는 국민적 공감보다는 정파적 계산이 앞선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짙다.
이태원 참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응을 떠올려보자. 국가 재난의 한복판에서 ‘지휘 부재’ 논란이 확산됐고, 참사 직후에도 혼선이 이어졌지만 국민의힘은 “정쟁화하지 말라”며 입을 닫았다. 위기 대응의 핵심은 ‘대통령이 무엇을 했느냐’인데,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정치적 책임을 침묵으로 덮고, 상대 진영에는 잣대를 들이대는 태도는 공당의 균형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대통령의 일정은 공적 사안이다. 국민이 감시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JTBC 예능 출연은 사전에 기획된 공개 일정이며, 비공개 외유나 사적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이를 “48시간 실종”이라 규정하는 것은 사실보다 프레임이 앞선 정치적 언어에 가깝다.
정치는 언제나 상대의 허점을 노린다. 하지만 공세의 내용이 일관된 원칙에서 비롯되지 않고, 그때그때 유리한 방향으로 기준을 바꾼다면 결국 정당의 신뢰 자산은 스스로 잠식된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시간”을 문제 삼기 전에, 자신들이 지켜야 할 ‘정당의 시간’ 즉, ‘공정과 책임의 시간’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진정한 보수는 자기편의 잘못에 눈감지 않는다. 잘못된 보수를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보수를 지키는 길이며, 국민의힘을 향한 이 비판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보수의 건강성은 정직한 성찰에서 비롯된다. 스스로의 잣대를 바로 세우지 않는 한, 국민의힘은 결코 건전한 보수정당, 나아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이태원엔 침묵, 냉부해엔 공세’라는 대조가 상징하듯, 지금의 국민의힘은 도덕적 우위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잣대가 흔들리면 비판도 힘을 잃는다. 국민은 냉장고 속 재료가 아니라, 냉정한 이성의 정치를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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