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만 드론전사, 미래전의 꿈인가 예산의 착시인가”

정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로봇·AI 기반 무인 복합체계’ 투자를 반영했다. 예산만 3,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액된 이번 안에는 드론 운용 병력 양성, GOP 과학화 경계체계, AI 감시·정찰 시스템 등 다수 항목이 포함됐다. ‘50만 드론 전사(戰士)’를 양성하겠다는 목표까지 제시된 만큼, 단순한 시범사업을 넘어 기술강군(技術强軍)을 향한 전환 선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돈을 쏟아붓는 것과 실제 전력이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드론·AI 전력화는 이미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과제이지만, 이를 작전 체계에 안정적으로 편입하려면 고도의 기술 융합과 전장 운용 교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드웨어 조달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통합 운용 능력과 실전 운용 경험이 결정적이다. 국내 방산기업의 기술 수준과 군의 교육·인력 운용 체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막대한 예산도 보여주기식 프로젝트에 머물 위험이 크다.

더욱이 예산 증액이 곧바로 효율성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드론 부대 창설과 조종사 양성 계획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부처 간 역할 조정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교육용 장비 납품 지연, 운용 지침 부재, 통신 보안 문제 등 기본 인프라도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격언처럼, 속도전보다 체계적 준비가 우선이다.

AI 국방 자체의 방향은 옳다. 병력 자원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첨단 기술 중심의 전력 전환은 불가피하다. 다만 핵심은 전환의 실효성이다. 드론 전투체계와 무인 경계망이 진정한 전력으로 기능하려면 민간 기술과의 유기적 협력, 군 내부의 교리 혁신, 그리고 투명한 예산 집행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또한 기술 확보와 병행해 성능 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험·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과거 과학화 경계체계 사업에서 드러났듯 성능 검증 없이 조급히 예산을 집행하면 막대한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사업의 단계별 목표와 성과 지표를 명확히 하고,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외부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

국방의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인 동시에 큰 재정적 책임을 수반한다. ‘첨단’이라는 이름 아래 허상이 쌓이지 않도록 냉철한 검증과 실질적 성과로 응답할 때다. 기술강군의 청사진은 선언으로 충분치 않다. 실전 가능한 전력으로 증명해야 국민의 신뢰와 국가 안보 모두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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