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청구서’ 사실상 수용…무기 구매 확대 가능성도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방비 증액 방침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꾸준히 요구해온 ‘국방비 인상 압박’을 한국이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국은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국방비를 증액해 스마트 강군을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국방비 증액은 대통령이 먼저 적극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우리가 이해하는 ‘동맹 현대화’의 방향”이라며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연합방위체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번 증액을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 등과 연계해 한국군의 주도적 역할 강화를 위한 필수 투자로 보고 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방비 인상은 예견된 사안으로, 나토와 유사한 ‘간접 국방비’ 산정 방식을 활용하면 당장 상당 폭을 보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목표치와 인상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동맹국들에 GDP 대비 5% 국방비 지출을 기준으로 제시해왔다. 나토 회원국들도 지난 6월 이 기준을 맞추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올해 한국 국방예산은 61조2천억원으로 GDP 대비 2.32% 수준이다. 5%를 맞추려면 132조원대로 현재의 두 배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수립한 2025~2029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국방비는 2029년까지 84조원 수준에 머무는 만큼 달성이 쉽지 않다.
동맹 현대화의 또 다른 쟁점인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문제에서는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을 한반도 밖 분쟁에도 투입하는 개념으로, 대만해협 사태 등에 개입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공개 발언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는 별도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내년도 1조5천억원 규모 협정을 다시 열어 늘리자는 논의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한국은 미국산 군사장비의 큰 구매국가”라며 무기 도입 확대를 직접 요구했다. 특히 최근 이란 핵시설 공습에 사용된 B-2 스텔스 폭격기까지 거론하며 한국의 구매 의지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군은 F-35A 추가 20대 도입, F-15K·KF-16 성능개량 등 조 단위 미국산 무기 계약을 추진 중이다. 국방비 증액 기조에 따라 미국산 무기 도입이 한층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 실장은 “미국산 무기 구매는 꼭 필요한 첨단 장비 위주로 협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양측이 의견을 같이했다(미팅 오브 마인드)”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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