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를 넘어 문명의 언어로
![[사설] 세종의 지혜로 세계를 밝히다 [사설] 세종의 지혜로 세계를 밝히다](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0/image-14.png)
오늘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9주년이 되는 한글날이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백성이 제 뜻을 펴지 못하니 이를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노라’던 세종의 뜻은 15세기 조선의 백성을 넘어, 이제는 21세기 전 세계인에게까지 울림을 준다.
한글날의 기원은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 전신)는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기념하며 ‘가갸날’을 제정해 기념식을 열었다. 1928년 ‘한글날’로 명칭을 바꾸었고, 광복 후 1945년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기록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9일로 확정했다. 이후 2005년 국경일로 지정되었다가 2013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기념되고 있다. 한글날은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창제 정신을 기리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되새기는 뜻깊은 날이다.
한글은 과학성과 합리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긴 문자다. 소리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 구조와 자음·모음의 조합 원리, 간결하면서도 무한한 표현력은 세계 어느 문자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유네스코가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문해상’을 제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자로 사람을 깨우치고, 언어로 인류를 잇는 힘이 한글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세종의 지혜로 세계를 밝히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함만 좇는 시대의 언어생활은 우려스럽다. 줄임말과 기호적 표현이 일상화되면서 문장의 호흡과 품격은 사라지고, 사고와 감정 전달도 약해지고 있다. 공공기관과 교육 현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무비판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어는 사고의 그릇이며, 그 그릇이 조잡하면 생각도 왜소해진다. 한글을 사랑한다면, 단지 ‘날’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올바르게 쓰고 가꾸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한글은 이제 한국인의 언어를 넘어, 세계인의 학습 대상이 되고 있다. K-콘텐츠와 함께 한글 교육기관이 해외 곳곳에서 늘고, 한글 서예와 디자인은 세계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영감을 제공한다. 한글이 시대를 넘어 문명의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그 품격을 지켜낼 때 그 아름다움은 더욱 빛날 것이다.
세종의 창제 정신은 ‘백성을 위하여’였다. 오늘의 한글날은 그 정신을 ‘세계를 향하여’ 새롭게 펼칠 때다. 언어의 단정함이 곧 나라의 품격이다. 기술의 속도보다 언어의 품위를 앞세우는 사회야말로, 진정 세종의 뜻을 잇는 나라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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