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향기] 죽은 자가 부르는 증언의 합창 ― 한강 『소년이 온다』 [책의향기] 죽은 자가 부르는 증언의 합창 ― 한강 『소년이 온다』](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0/IMG_3333.webp)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미 많은 역사서와 증언록이 광주의 비극을 기록해 왔지만, 이 소설은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집단적 기억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작품은 열다섯 살 소년 동호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시신을 수습하고 동료를 돕던 그는 끝내 국가 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그러나 소설은 그의 죽음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후 동호의 친구, 어머니, 생존자, 출판사 교정원 등 여러 인물이 화자로 등장하며, 각자가 경험한 공포와 상실, 그리고 그 후의 삶을 증언한다. 이러한 다성적 구성은 한 사건이 한 개인의 비극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체의 상흔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문체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한강은 사건의 잔혹함을 과도한 묘사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서술과 시적인 언어가 독자로 하여금 상상 속에서 더 깊은 충격을 경험하게 만든다. 특히 “죽은 자가 산 자를 부르는” 독특한 서사 기법은 광주의 기억을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있는 윤리적 요청으로 전환시킨다.
『소년이 온다』는 결국 기억과 증언의 책임을 묻는 소설이다. 망각은 또 다른 폭력이며, 죽은 자의 목소리를 잇는 것은 산 자의 의무임을 강조한다. 이는 단지 광주라는 특정한 지역과 시대의 문제를 넘어,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과거의 고통을 오늘의 독자에게 윤리적 질문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렇기에 『소년이 온다』는 문학적 성취와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 우리 시대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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