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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용의 80%가 홍보비’ 이준석 대표, 홍보본부장 집착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홍보 관련 전권 위임 받아

지난 2022년 국힘 당대표 시절에도 홍보본부장 겸임해

홍보 관련 갈등으로 선거전 이탈하기도

선거 레이스가 시작될 때 가장 요직으로 꼽히는 것이 홍보 관련 직책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다시 한번 이번 총선의 홍보·마케팅 총괄을 요구했고 결국 얻어냈다.

흔히 정치권에선 “선거비용의 80%가 홍보비”라고 말한다.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공식적으로는 국민의힘은 408억6천427만 원, 민주당은 438억5천61만 원을 지출했을 정도이니 홍보비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거대 정당 기준으로 전체 400억원 가량의 선거 비용 중 유세 차량을 포함한 선거운동 비용이 약 200억원, 각종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 비용 약 150억원, 홍보 문자와 음성전화 비용 약30억원이 쓰인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홍보 관련 직책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권을 주어 선심을 쓸 수 있는 자리이며 결국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좋다.

‘선거비용의 80%가 홍보비’ 이준석 대표, 홍보본부장 집착
2022년 대선 과정 중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부산 거리 유세에 나서기에 앞서 빨간 후드티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이 후드티는 이 대표가 준비한 것이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선대위)

이준석 대표가 2022년 대선 당시 가출(?)까지 감행하며 지키려 했던 것도 홍보 관련 자리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당연직인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음과 동시에 직급상 아래인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겸직하겠다고 나섰다. 당 내에선 “보통 저런 자리(홍보본부장)는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있기에 겸직하겠다고 자청한게 의아하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유세 기간 중 이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여러 가지 모욕적인 발언들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뜻밖의 발언을 했다. 그는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를 윤석열 후보는 알고 있을 것”이라며 “모른다면 계속 가고, 안다면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더 이상 선거에 함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잠적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당시 분위기는 “홍보본부장 관련해서 뭔가 일이 있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 전력이 있는 이 대표가 개혁신당의 대표를 맡음과 동시에 결과적으로 이낙연 공동대표를 내보내는 강수까지 두며 4·10총선의 홍보·마케팅을 총괄하는 자리까지 겸직한 것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낙연계는 홍보본부장 자리에 박원석 전 의원을 임명하길 바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매지 않는 법이기에 실체야 어떻든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꺼리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처럼 결국 돈과 얽힐 수 밖에 없는 결정을 하는 것은 당 내 인사들과 함께 국민들에게 썩 좋게 비추어지진 않을 것이다.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가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이 대표는 세간의 의혹 제기에 대해 반발하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석 전 의원의 홍보본부장 임명은 이미 지난 수요일에 제안했던 새로운미래를 제외한 모든 정파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안건”이라며, “오히려 홍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참여연대 간부 출신 박원석 전 의원을 홍보본부장에 임명하려고 한 것이 의아한 상황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개혁신당에는 이미 창당시부터 임명되어 발표된 홍보전문가가 있다”며 “여러가지 익명 보도들이 나오는데, 이런 말이 안되는 의혹 제기가 많아질수록 국민들은 어떤 상황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대표는 돈 때문에 선거 관련 전권을 차지했다는 비난에 대해 “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될 경우 개혁신당은 기지급된 국고보조금 전액을 반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정치란 사실의 장(場)이 아니라 인식의 장”이라고 말한다.

의도와 상관 없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해석하는 방향으로 인식되는 것이 결국 사실이 되는 장르가 정치이다. 이 대표가 어떤 의도와 각오로 선거 총괄을 맡기로 자청한건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국민들의 인식 속에 “이권이 걸린 자리만 무리해서 갖고 가려는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박힌다면 거대 양당 정치를 탈피해 새바람을 불러오겠다는 취지로 어렵게 출범한 개혁신당의 미래도 결코 밝진 않을 것 같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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