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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나라의 악부시(樂府詩) ‘군자행(君子行)’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즉 “참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 의심받을 만한 행동은 애초에 하지 말라는 뜻이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경구는 정치와 권력의 윤리를 꿰뚫는다. 그리고 지금, 이 말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경고다.
‘국회 표결방해 혐의’로 내란특검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 전 원내대표는 최근 조사에서 “국회 출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국회 무력화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당시 상황과 명백히 배치된다. 경찰은 계엄 선포 직후 잠시 국회 출입을 허용했지만, 본회의장 접근은 이미 군 병력과 경찰에 의해 통제된 상태였다. 국회 예결위 회의장과 본청 사이에서는 격렬한 대치가 이어졌고, 의원들은 회의장에 접근조차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출입이 가능했으므로 위법성을 몰랐다’는 주장은 국민의 상식을 모욕하는 일이다.
더욱 결정적인 장면은 그가 스스로 밝힌 진술에 있다. “저는 계속 당사에 있는 의원들과 소통하고 원내대표로서 의원들의 입장을 전해야 해서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일단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 이 말은 그가 의도적으로 표결에 불참했다는 자인에 다름 아니다. 헌정이 유린되고, 계엄 해제안이라는 역사적 결단이 이루어지는 순간, 여당의 원내대표가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국회의 본질적 기능을 스스로 거부한 행위, 나아가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할 자가 그 의무를 포기한 행위다.

표결 불참은 위법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란 주요임무 종사의 방증이 될 수 있다. 특검의 판단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세 차례에 걸쳐 이동시키며 ‘대기 상태’로 묶어두었고, 그 결과 본회의 표결은 지연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총리, 홍철호 전 정무수석과의 연쇄 통화 직후 내려진 그의 결정은 단순한 불참이 아닌, 계엄 해제 표결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공모적 결정의 일환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검이 제시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는, △계엄 해제 표결 지연·방해 △의원 소집 및 이동의 반복 변경 △정부 요인과의 사전 교감 △군·경의 국회 봉쇄를 인지하고도 방조한 행위 △국회 기능의 실질적 마비 유도 등이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논란이 아니라, 헌법이 금지한 내란죄 구성요건과 맞닿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추 전 원내대표는 여전히 “위법성을 몰랐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헌정이 흔들리던 그날, 국회의 본분을 저버리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 그것이야말로 책임의 포기이자 정치의 실패다. 정치인이 권력 앞에서 침묵을 택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흔들리고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조지 워싱턴이 위대한 것은 그가 전쟁 영웅이어서가 아니다. 소년 시절, 자신의 잘못을 숨기지 않고 고백한 ‘체리나무’ 일화처럼, 지도자의 품격은 정직에서 비롯되고, 정직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보수정치의 본질은 책임이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자가 잘못된 판단으로 헌정을 위태롭게 했다면, 그 첫걸음은 변명이 아니라 사과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결자해지(結者解之), 스스로 엮은 매듭을 스스로 푸는 정치인의 도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정에서의 공방이 아니라, 양심의 고백이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의 뜻은 단순히 ‘의심받지 말라’는 교훈이 아니다. 그것은 ‘의심받을 일을 만들지 말라’는, 공직자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 윤리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진정 보수의 이름으로 정치인의 도리를 지키려 한다면, 거짓의 장막을 걷고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보수의 몰락은 잘못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추 전 원내대표가 결자(結者)의 책임을 다해 매듭을 푼다면, 역사는 그를 다시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회피와 변명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의 이름은 헌정 파괴의 공범으로 남을 것이다.
참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라.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 그 단순한 교훈이, 지금 이 혼탁한 정치의 시대를 향한 가장 날카로운 꾸짖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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