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첩·보안은 물론 수사와 신원조사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국군방첩사령부가 49년 만에 해체된다. 비상계엄 사태에 깊숙이 연루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군 정보·수사 체계의 대대적인 재편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민관군 합동 자문위원회는 8일 방첩사를 해체하고 기존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국방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연내 방첩사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명칭과 외형은 바꿔왔지만 핵심 기능은 유지해 온 방첩사가 계엄 사태를 계기로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방첩사의 뿌리는 1980년 신군부 집권 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했던 국군보안사령부다. 1950년 특무부대로 출발해 각 군 보안부대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1977년 10월 통합하면서 보안사 체제가 완성됐다. 군사정권 시절 보안사령관은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독대하며 군 안팎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79년 10·26 사건 이후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실상 국내 정보 전반을 장악했고, 보안사의 정보력과 수사·연행권은 12·12 사태를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동했다. 이후 야당 인사 사찰과 언론 통폐합 등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사찰 폭로를 계기로 1991년 보안사는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공개된 사찰 대상자는 정치·노동·종교·재야 인사 등 1천303명에 달했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훗날 대통령이 되는 인물들도 포함돼 파장이 컸다.
정치 개입 근절을 선언했지만 기능 축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무사는 이후에도 민간인 사찰 논란과 국가 배상 판결 등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았고,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유가족을 성향별로 분류하고 동향을 파악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기무사가 탄핵 기각 시 계엄 선포를 전제로 한 실행 계획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충격을 줬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조직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개편하며 인원 감축과 정치 개입 금지 조항을 도입했다.
그러나 업무 기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방첩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조직명을 국군방첩사령부로 변경하고 권한을 다시 확대했다. 엠블럼도 호랑이로 환원되며 보안사·기무사의 후신임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방첩사는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에 깊이 관여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지시와 선관위 병력 투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주요 참모들도 잇따라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방첩사 해체 방침을 시사해 왔다. 단일 기관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자문위 권고안은 안보수사는 국방부조사본부로, 방첩정보는 국방안보정보원으로, 보안감사는 중앙보안감사단으로 각각 이관하고, 동향조사 등 논란이 컸던 기능은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방부는 세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기능 분산이라는 큰 틀은 유지해 연내 방첩사 해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안석기 자문위원은 “이번 개편의 핵심은 권한을 분산해 상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첩정보와 수사권 분리에 따른 안보수사 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 위원은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으로 이관되는 것”이라며 “협의체 구성을 통해 이첩 과정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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