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News
  • [사설] 통화스왑 협상, 동맹과 금융의 냉혹한 교차점

[사설] 통화스왑 협상, 동맹과 금융의 냉혹한 교차점

[사설] 통화스왑 협상, 동맹과 금융의 냉혹한 교차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조기 (사진제공=백악관)

미국과의 통화스왑 체결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가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을 위협하며 투자 심리를 흔들고 있다. 통화스왑은 단순히 외환시장의 기술적 안전판을 넘어선다. 동맹의 신뢰, 국제 정치의 역학, 그리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겹쳐 있는, 다층적 사안이다.

우선 냉정히 봐야 한다. 미국의 통화스왑 제공은 철저히 자국 이익의 관점에서 이뤄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충격 속에서 미 연준은 주요 동맹국을 상대로 스왑 라인을 열어 왔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인플레이션 관리, 재정적자 확대, 대중국 전략 경쟁 등 복합적 부담을 안고 있다. 한국의 외환시장 불안이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얼마나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 냉정히 자문해야 한다.

또한 통화스왑은 금융 기술적 합의가 아니라 정치적 합의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미 동맹의 신뢰가 제도적 안전망으로 확장될 때만 가능하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한국 역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연대 모두가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 경제 문제를 외교 문제와 분리해 접근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스왑 협상에 기대를 걸면서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시장과의 신뢰 관리 차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외환시장 불안은 신뢰의 위기에서 증폭된다. 시장은 단순한 협상 결과보다 정부가 어떤 복수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일본, 유럽, 아세안 등과의 다자간 협력, 외환보유액 운용 다변화, 단기 유동성 공급 장치 마련 모두 서둘러야 할 과제다.

특히 우리는 지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선 다층적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의 스왑이 최선이지만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동맹 신뢰’라는 정치적 요소가 변수로 작용한다면, 한국은 그에 걸맞은 외교적 진정성과 경제적 자율성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함이다.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그 자체를 인정하되, 동시에 다층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좌고우면(左顧右眄) 하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외환 안정은 단순히 금융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 전체의 신뢰를 좌우하는 중대 현안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성실히 이어가는 한편, 다자적 금융 협력과 국내 시장 안정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동맹과 금융, 두 가지의 교차점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가 시험대에 올랐다.

top_tier_1@naver.com

  • Brooke989 댓글:
    댓글이 검토 대기중입니다. 이것은 미리보기이며 댓글을 승인한 후에 보이게 됩니다.
    https://shorturl.fm/qy0Ps
  •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