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라호텔이 오는 11월 예정된 일부 고객의 결혼식 예약을 갑작스럽게 취소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호텔 측은 “국가 주관 행사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행사 내용은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호텔신라는 최근 예식을 예약한 일부 고객에게 “11월 초 국가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부득이하게 예식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는 통보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기존 예약은 일방적으로 취소됐으며,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일정 조정이 요구됐다.
호텔 관계자는 “정부 요청에 따른 조치로, 내부적으로도 고심 끝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행사 내용이나 해당 일정의 전체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예식 계약서에는 국가 행사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부연했다.
통상 예식은 1~2년 전부터 준비가 이뤄지며, 일정에 맞춰 촬영, 신혼여행, 청첩장 발송 등도 계획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호텔 측은 사과와 함께, 예식을 원하는 날짜로 조정해주고 식대 및 시설 사용료 등 전액을 호텔이 부담하겠다는 지원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억 원에 달하는 예식 비용을 전액 보상하는 것은 호텔업계에서도 드문 사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텔 입장에서 손해가 크더라도 국가 요청을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그만큼 중대한 행사가 예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이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APEC을 계기로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VIP 숙소 확보 차원에서 호텔 공간을 비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들의 참석이 예정돼 있으며, 이에 따른 국내 보안·의전 준비도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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