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교유착, 헌법 질서와 정치제도의 위기 [사설] 정교유착, 헌법 질서와 정치제도의 위기](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09/image-75.png)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구속은 단순한 범죄 수사 차원을 넘어, 한국 정치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정교분리 원칙이 제도적으로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치 과정에서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입증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은 단순히 형사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 과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민주주의적 대표성을 왜곡하는 행위다. 특히 종교단체가 대규모 신도 동원력을 정치적 영향력 확보 수단으로 전용한 정황은 자유로운 정당 경쟁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정당법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또한 이번 사건은 ‘국정농단’이라는 과거의 정치적 실패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력과 특정 사회세력이 불투명하게 결탁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얼마나 무력화될 수 있는지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이는 ‘제도적 민주주의’가 단순히 법 조항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치 행위자들의 준법 의식과 시민사회의 감시 기능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특검과 사법부는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재판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둘째, 정치권은 종교단체의 정치적 개입을 차단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종교계 내부의 자정 노력과 사회적 책무성 강화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규범적 기반(normative foundation)’을 시험하는 계기다. 정교유착을 방치한다면 헌법적 가치가 공허해지고, 민주적 제도는 다시금 권력 사유화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이제는 원칙을 회복하고, 제도를 강화하며, 시민사회의 감시를 제도화하는 실질적 개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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