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20대 남성, 성범죄자로 몰릴 뻔
무고한 50대 여성 신고인 입건
청년 강압수사한 화성동탄서에 비난 폭주
여청수사팀장 “우리가 아닌 ‘여청강력팀’에서 벌인 일” 해명
한 50대 여성의 허위 신고에 의존해 죄 없는 20대 남성을 성범죄자로 몰아 강압 수사를 벌인 화성동탄경찰서에 대한 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20대 남성 A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헬스장 옆 여자 화장실에서 50대 여성 B씨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훔쳐봤다는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마침 그 시간에 남자화장실을 이용한 A씨를 특정하고 그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강압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가 공개한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담당 경찰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당사자에게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등의 발언으로 범죄자 취급을 했다.
A씨를 특정해 성범죄자 누명을 씌운 50대 여성 B씨는 무고 혐의로 입건됐다.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CCTV 영상을 보며 A씨를 특정하고 “이 사람이 맞다”, “평소에 자주 보던 사람이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성동탄경찰서 소속 경찰이 억울한 20대 청년의 인생을 송두리채 나락에 빠뜨릴 뻔한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화성동탄서 서장 및 관련 팀장을 파면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윤용진 변호사는 “동탄 경찰서 조사관들은 상식적으로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여성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해 20대 초반의 남성을 성범죄 범인으로 단정하는 듯한 태도로 반말하는 등 부적절한 처사를 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강압 수사를 벌인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장이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고 입장문을 냈다. 해당 사건은 ‘여청수사팀’이 아닌 ‘여청강력팀’에서 담당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팀원들이 사이버 테러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화성동탄경찰서 여청수사팀장 강동호 경감은 직접 블로그를 열고 해명문을 올렸다.
강 경감은 “이번 일로 피해입은 20대 남성을 비롯해 국민분들께 가장 먼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수만번 고민하고 망설이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저희 팀원들과 그 가족, 자녀들이 이 일로 너무나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혹여나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팀장으로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에 따르면, 화성동탄경찰서에는 ‘여청강력팀’과 ‘여청수사팀’이 있으며 하는 일이 다르다고 한다. 이번 ‘헬스장 화장실 사건’의 경우 접수 당시 성명불상의 성범죄 사건이었기 때문에 여청강력팀이 수사했다고 한다.
강 경감은 “그런데 우리 경찰서 홈페이지 조직도에는 여청강력팀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며 “이번 일로 몇 만명이 조직도를 보려고 방문하는데 정작 여청강력팀은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수천 건의 언론 기사, SNS, 유튜브 영상이 쏟아지는데도 정작 강압수사로 물의를 일으킨 소속 팀명은 단 1건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조직도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비공개하는 이유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청강력팀은 사이버 폭력을 당하면서 힘들어하는 여청수사팀 뒤에 비겁하게 숨어있었다”며 “무고 피해를 당한 남성에게 보낸 사건 종결 통지가 ‘여청수사1팀’ 명의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팀원들은 모두 경악했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이어 “여청수사1팀이 이 사건의 당사자로 확정되는 순간이었다”며 “그 후 저희 팀원들 모두 신상이 털리고, 가족·자녀들을 향한 각종 욕설 및 조롱 댓글 등 사이버 테러 행위로 인해 팀원 중에서 누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너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강 팀장은 자기 팀을 둘러싼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감찰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후 해당 경찰서의 여청수사팀이 작년 전국 1위 팀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이 팀원들의 사진과 함께 퍼지며 1위의 비결이 강압 수사였다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강 팀장은 “동탄의 인구가 많아 다른 경찰서에 비해 접수되는 사건이 많다”며 “작년 전국 1위 ‘베스트수사팀’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됐고, 추후 민원이나 수사 과오가 생기면 오히려 점수 산정에 있어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강압수사 방식으로는 절대 1위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여청수사팀은 성명불상의 성범죄 사건은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범인을 특정하는 강압수사를 할 이유조차 없다”고 했다.
강 팀장은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이 꼭 필요하다”며 “강압수사 등이 발견된다면, 팀장의 책임이므로 모든 징계와 비난은 제가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무고 피해를 입은 20대 남성의 사례처럼 강압수사 피해는 절대 없어져야 한다”면서도 “저희 팀원들이 당한 것처럼 다른 사람이 오인되어 고통받는 사례도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팀원들을 상대로 한 사이버 테러를 멈춰 달라”며 “저희 팀을 언급한 언론 기사를 비롯해 앞으로 각종 커뮤니티 게시글, 댓글 등을 통한 사이버 테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편 화성동탄경찰서를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은 1일 여성청소년과가 맡아 처리한 모든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 무리한 수사 관행이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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