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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UTD, 불문곡직이란 이름으로 무엇을 포기했는가

【사설】 인천UTD, 불문곡직이란 이름으로 무엇을 포기했는가
‘골프 세리머니’ 를 하고있는 이청용.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논란을 남긴 선수가 시민의 세금과 응원으로 운영되는 인천UTD 유니폼을 입었다. 이청용의 인천행은 단순한 선수 영입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시민구단이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 원칙이 여전히 살아 있는지를 묻게 만든다.

프로 스포츠에서 성적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승리는 팀을 살리고, 팬들을 불라모으며, 구단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러나 그 논리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시민구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익과 성과를 앞세우는 기업구단은 영리를 우선하는 경영 구조상 그런 선택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시민구단은 공공의 신뢰 위에서 운영되는 조직이다. 두 집합체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더구나 성과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기업구단조차 계약 연장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떠나보낸 선수를, 공익과 공동체를 앞세워야 할 시민구단이 받아들였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성적이라는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세금을 내는 시민 입장에서는 이 결정이 반갑게 보일 리 없다. 시민구단의 영입은 단순히 이익을 좇는 계약이 아니라 공공의 이름으로 내려지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그 차이를 스스로 흐릿하게 만든 선택이었다. 이청용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겼고, 팀 내부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번졌던 사건이었다. ‘골프 세리머니’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이해 당사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용서를 구했는지도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성적만을 이유로 손을 내민 결정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더 큰 문제는 판단의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사안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 시민은 알기 어렵다. 감독의 요청이었는지, 구단의 실무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구단주인 인천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지 밝혀진 바가 없다. 시민구단이라면 결정의 과정과 책임의 주체 역시 투명해야 한다. 납세자의 정서와 어긋나는 선택이 내려졌다면, 그 출발점이 어디였는지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불문곡직(不問曲直)은 『한서(漢書)』 등에 등장하는 말로, 시비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거나 덮어버리는 태도를 뜻한다. 본래는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휘둘려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는 행태를 경계하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 경계의 대상과 닮아 있다. 무엇이 옳은지 따지기보다 성적을 이유로 논란을 덮어버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문제가 불거지면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정작 결정에 관여한 사람은 뒤로 숨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책임 소재가 분명해야 할 사안에서 아무도 앞에 나서지 않는 풍조가 반복된다면, 시민의 신뢰는 유지되기 어렵다.

이 같은 선택이 쌓일수록 구단의 기준은 흔들린다.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최소한의 선도 흐려진다. 그 피해는 결국 팬과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 문제를 특정 구단의 일탈로만 볼 수는 없다. 성과만 내면 과정은 묻지 않는 분위기, 결과가 좋으면 책임을 덮는 관행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반복돼 왔다. 숫자와 성과가 모든 가치를 대신하는 풍토 속에서 공동체의 기준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시민구단마저 그 흐름에 편승한다면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시민구단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세금과 응원, 그리고 신뢰 위에서 운영되는 공공의 조직이다. 그래서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과 태도, 공동체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도덕적 기준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작은 타협이 쌓이고, 문제를 덮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 이번 영입이 그런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스포츠는 단순한 승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시민구단은 지역의 얼굴이다. 그 상징이 성적을 이유로 지켜야 할 기준을 낮춘다면, 그 영향은 경기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동체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승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을 포기하고 얻은 승리인지는 더 중요하다. 인천은 지금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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