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 만들기 2: 친일개화파』
함재봉 지음 | 에이치(H) 프레스
![[봉쌤의 책방] ‘한국 사람’이라는 질문 – 우리는 누구인가? [봉쌤의 책방] ‘한국 사람’이라는 질문 – 우리는 누구인가?](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38.png)
역사는 흔히 이미 끝난 사건으로, 박제된 사실로, 연표 속의 이름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함재봉의 『한국 사람 만들기 2: 친일개화파』는 그 관행을 거부한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역사서가 아니다. 오히려 오늘 우리가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이해하고, 근대화와 정체성의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과거를 호출한다. ‘친일개화파’라는 논쟁적 집단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위치를 설명한다.
조선 말, 한반도는 외세와 내부 모순이라는 두 겹의 폭풍에 휘둘리고 있었다. 청나라 중심의 전통적 질서, 봉건적 관료제, 그리고 농민 기반 사회. 그 모든 것이 서서히 무너지는 와중,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 국가로 거듭났다. 조선 지식인 중 일부는 이 변화를 목격하고 선택을 강요받았다. 그들이 바로 친일개화파였다.
책의 출발점은 단순한 인물 전기가 아니다. 이들은 왜 일본을 바라보았고, 왜 그 길을 따라가려 했는지를 시대적 맥락 속에서 분석한다. 청·일 전쟁, 강화도 조약, 갑신정변 같은 외교·정치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근대 문명을 향한 조선 내부 선택의 장이었다. 친일개화파는 이 장 속에서 자신들의 사상과 행동을 실험했다. 일본을 배우고, 제도를 연구하며, 근대화의 문턱을 조선 사회 안에서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선택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위정척사파는 그들을 배신자라 칭했고, 국제 질서와 일본 자체의 이익은 조선의 독립적 변화를 허락하지 않았다. 갑신정변은 실패했고, 산업화·근대화의 조건은 여전히 외부 힘에 의해 결정되었다. 책은 이 실패를 단순한 개인적 배신이나 몰락으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의 인간적 선택과 시대적 갈등으로 읽는다.
책의 중반부는 조선 내부의 이념 갈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친일개화파는 단순히 일본을 숭배한 집단이 아니라, 전통과 근대, 내부 질서와 국제 현실 사이에서 근대적 실험을 시도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일본이라는 거울 속에서 조선의 미래를 보고자 했으며, 그 선택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근대 국가로 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민과 갈등은 우리에게 익숙한 ‘선과 악’의 구도를 흔든다.
책의 후반부는 정치적 실천과 한계를 보여준다. 갑신정변, 수신사·신사유람단, 각종 개혁 시도는 모두 시대의 폭풍 속에서 흔들리는 조선 사회를 향한 선택이었다. 친일개화파는 변혁의 주체였지만, 그 성취는 제한적이었다. 일본의 영향력, 청의 개입, 내부 보수 세력의 저항. 모든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근대화는 쉽사리 완결되지 않았다.
『한국 사람 만들기 2』는 친일개화파를 단순히 비난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행적과 사고를 통해 근대 한국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통과 근대, 내부 질서와 외부 문명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어떤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친일개화파의 선택과 실패, 갈등과 고민은 결국 오늘의 한국이라는 배가 어떤 항로를 걷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거울이 된다. 과거를 외면한 사회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선택의 주체임을 깨닫는 순간,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설명하는 서사가 된다.
『한국 사람 만들기 2: 친일개화파』는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 한국 근대사의 바탕,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필독서다. 과거를 불러오는 순간, 역사는 끝나지 않은 질문으로, 바로 우리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top_tier_1@naver.com

![[기억의 시간] 끝까지 국가를 믿지 않았던 사랑과 투쟁 [기억의 시간] 끝까지 국가를 믿지 않았던 사랑과 투쟁](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39-1024x683.png)


![[사설] 대의멸친, 오늘의 정치가 다시 배워야 할 현실의 문장 [사설] 대의멸친, 오늘의 정치가 다시 배워야 할 현실의 문장](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14-1024x683.png)
![[사설] 가상의 무대에서 현실의 정상으로, Huntrix와 EJAE가 보여준 K-pop의 다음 장 [사설] 가상의 무대에서 현실의 정상으로, Huntrix와 EJAE가 보여준 K-pop의 다음 장](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26-1024x682.png)
![[기억의 시간] ‘울지마 톤즈’로 떠난 뒤 ‘부활’로 돌아온 ‘쫄리’ [기억의 시간] ‘울지마 톤즈’로 떠난 뒤 ‘부활’로 돌아온 ‘쫄리’](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28-1024x766.png)
![[기억의 시간] 호랑이 굴로 들어간 소년의 선택 [기억의 시간] 호랑이 굴로 들어간 소년의 선택](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34.png)
![[기억의 시간] 청신고절, 가인(街人)이 세운 사법의 기준 [기억의 시간] 청신고절, 가인(街人)이 세운 사법의 기준](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25-1024x683.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