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주에서 여는 미래 — 성공적인 APEC 회의를 기원하며 [사설] 경주에서 여는 미래 — 성공적인 APEC 회의를 기원하며](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0/IMG_3806.jpeg)
오늘(27일)부터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 21개 경제체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APEC 정상회의 주간(Super Week)’이 막을 올리며, 우리나라는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에 다시 의장국으로서 세계의 시선을 받게 됐다. 고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가 디지털 시대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이 순간, 회의의 성패는 한국의 국격과 외교력,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의 공동번영의 방향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이번 APEC 회의의 주제는 “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지속 가능한 내일을 함께, 연결하고 혁신하며 번영하다)”이다. 팬데믹 이후 급속히 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연결(connect)’과 ‘협력(cooperate)’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키워드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보호무역과 블록화의 파고 속에 흔들리고, 미·중 패권 경쟁은 지역 경제 협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APEC의 기본 정신인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투자, 포용적 성장’의 가치가 재조명돼야 한다.

특히 한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AI), 탄소중립,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미래 의제를 선도적으로 제시할 기회를 얻었다. 반도체와 배터리,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기술 중심 협력의 허브’로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기술을 통한 포용과 지속가능성, 이것이 바로 경주 회의가 향해야 할 실질적 목표다.
이번 회의는 경제협력의 장이면서 동시에 외교무대이기도 하다. 한·미, 미·중, 한·중 정상회담 등 주요 양자 회담이 예정돼 있어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하고 협력의 물꼬를 트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중동 사태와 공급망 불안,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만큼, 각국 정상들이 현실적 해법과 공통분모를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이 이 조율의 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면,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전체의 안정과 번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회의의 성공은 화려한 의제나 선언문보다, 안전하고 질서 있는 운영에서 출발한다. 경주에는 경찰 인력만 1만 8천여 명이 투입돼 최고 수준의 경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21개국 정상의 안전뿐 아니라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 모두가 경주의 품격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 안전한 회의 운영은 곧 국가 신뢰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의의 성과는 ‘이벤트’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경주는 이번 APEC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회의 도시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회의 후에도 이를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역 인프라 개선, 관광산업 활성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으로 이어질 때 APEC은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경주의 미래’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전환의 길목에 서 있다. 기술혁명과 기후위기, 안보불안이 복합적으로 얽힌 시대다. 이런 때 한국이 개최하는 APEC 회의가 ‘연결과 신뢰의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면, 경주는 인류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한 도시로 기록될 것이다.
고대 신라가 동아시아를 향해 문을 열었던 것처럼, 21세기의 경주는 세계와 손잡고 미래를 논의하는 평화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이번 APEC이 한국의 외교력, 경제력, 그리고 시민의 성숙한 역량을 세계에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세계를 향한 경주의 시간이 밝아오고 있다. 우리는 그 첫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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