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여야가 다시 한 번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강하게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을 엄호하며 “야당의 방송 장악 시도”라고 맞섰다.
2일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과거 대전MBC 사장 재직 당시 제기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주의’ 조치를 받은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가 ‘이 위원장에게 대구시장 공천을 줘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볼 때,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행보가 드러난다”며, “이 위원장으로 인해 방통위가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 행보를 그만두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정헌 의원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그는 “(이 위원장이) 빵을 구입한 순서를 두고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사적 사용 정황이 뚜렷한데도 명확히 해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위원장을 몰아내고 방송통신위원회를 장악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윤석열 정부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면직한 것을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던 영상을 회의 중 틀며, “그 당시 면직된 인사는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라며 “민주당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이 위원장을 부당하게 물러나게 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방통위를 무력화시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든 건 민주당인데,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이진숙 위원장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 위원장 사퇴 요구는 노골적인 방송 장악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박충권 의원도 이 위원장의 소명을 위한 발언 시간을 부여한 뒤, “야당 측에 유리한 인사 구성이 예상되기 때문에 방통위 5인 체제를 복구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여당 측의 인사 전략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이진숙 위원장 역시 회의 중 “방통위가 5인 체제로 운영되어야 한다”며 인선 지연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여야는 이 위원장의 임기와 책임 소재,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으며, 이 위원장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haileyyang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