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편지 근거로 2008년 11월 이전 외도 시작 가능성 지적
공개 활동으로 유사 배우자 역할
김희영에 최소 219억원 이상 지출…아내에게 정신적 고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천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항소심 법원이 판결한 가운데 법원이 최 회장의 행동을 엄중하게 꾸짖었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20일 역대 최대인 1조3천808억원억원의 재산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분할하는 동시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위자료로 20억원을 인정하며 최 회장의 ‘유책 행위’를 일일이 나열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불륜 관계가 시작된 시점은 2008년 11월 이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2008년 11월 미국에서 이혼했는데, 최 회장이 같은 시기 노 관장에게 보낸 자필 편지에 “내가 김희영에게 이혼하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하고 시킨 것”이라고 적혀 있는 게 근거가 됐다.
최 회장과 내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희영씨는 미국에서 아들 1명을 낳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중 전 남편과 2008년 이혼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기재 내용은 혼인관계의 유지·존속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고 결정적”이라며 “만약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그 직후 세 자녀에게도 편지로 김 이사장과의 관계를 공개하며 “너희는 잘못도 없는데 나 때문에 피해를 봤다. 너희 엄마도 피해를 보게끔 행동했다”고 적기도 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최 회장이 과거 횡령 사건의 공범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김 이사장을 취직시켜준 점을 공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2009년 5월 노 관장이 암 진단을 받은 것을 보면 최 회장의 행동 자체가 노 관장에게 정신적 충격을 줬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최 회장이 2015년 김 이사장과의 혼외 자녀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도 유책행위가 있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노 관장과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김 이사장과의 공개적 활동을 지속해 마치 유사 배우자 지위에 있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와 같이 상당 기간 부정행위를 지속하며 공식화하는 등 헌법이 보호하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최 회장은 김씨를 공개적인 무대에 등장시키는 등 관계에 대해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파리 루이비통 재단 뮤지엄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갈라 디너 행사에 최 회장은 김씨를 대동해 화제가 되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송 초반엔 경제적 지원을 하다가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일방적으로 정지시키고 1심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최 회장이 노 관장의 부양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노 관장이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는 반면, 상당한 돈을 출연해 김 이사장과 티앤씨를 설립하는 대비되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노 관장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소영씨가 관장을 맡고 있는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자리 잡고 있는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빌딩 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다며 리모델링 등을 이유로 지난해 4월 부동산 인도 소송을 냈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이 이에 반발해 두 사이 소송이 진행중이고 다음달 21일 법원의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별거 후 김 이사장과 생활하면서 최소 219억원 이상의 지출을 했고, 한남동에 주택을 지어 김 이사장에게 무상거주하게 하는 등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점을 봤을 때 1심 위자료 1억원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최 회장은 최소 십수년간 이런 태도와 행위를 통해 노 관장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고 지속적으로 이어진 고의적 유책행위로 노 관장에게 발생한 손해배상은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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