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4·10 총선은 심판의 날”
14일 세종시에서 “견딜만 하면 2번 찍어라” 하며 국민 갈라치기
‘정권 심판’ 전략으로 선거 승리한 사례 드물어
‘4월 10일은 심판의 날’
요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틈만 나면 외치는 선거 구호다.
본선거를 정확히 1달 앞둔 지난 10일,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천에 대한 세간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공을 들였다. 내실이야 어떻든 이번 총선을 앞두고 시끄러운 공천으로 민주당이 대량 실점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패륜 공천을 한다”며 “패륜 공천은 대국민 선전포고 그 자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민의힘의 공천을 ‘음란공천·극우공천·친일공천’이라며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4월 10일은 심판의 날”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그 동안 형성된 이재명-한동훈 구도를 이재명-윤석열 구도로 바꾸겠다는 전략에 충실했다.
지난 13일 선대위가 출범하며 민주당은 정권심판 구도로 선거를 이끌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전략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3톱 선대위’ 체제를 출범시키고 다시 한 번 정권 심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권심판·국민승리’라는 타이틀이 붙은 선대위 출범식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이 딱 29일 남았다”며 “대한민국의 주인은 영부인도, 천공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용산이 깨닫게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총선 이후 4년 만에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공식 복귀한 이 전 대표도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선은 제가 지금까지 치러본 선거 중에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가 꼭 심판을 잘해서 국민들이 받는 고통을 면할 수 있도록 해내야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날 출범식에 ‘4월 10일 윤석열정권 심판의 날’이라는 자극적인 디자인으로 만든 백보드를 걸어 놓고 선거 승리의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선거의 역사를 보면 ‘정권심판’이라는 선거 전략으로 승리한 경우는 드물다.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된 19대 총선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연일 MB정권 심판론을 외치던 민주당은 과반 획득도 가능하다는 분위기였고 세 결집을 위해 주사파 세력인 통합진보당과도 연대하며 선거를 치루었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6년 시행된 20대 총선에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일명 옥쇄 파동으로 대표되는 내부 갈등과 안철수 국민의당의 선전으로 그 누구도 승자가 없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된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정권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루었음에도 103석 획득이라는 참패를 당한 바 있다.
야당은 정권 심판을 내걸고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권 심판’은 여러 선거 전략의 한 축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이것만으로 선거일까지 유권자들을 유혹하는 수단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4·10 총선을 두고 정권 심판에 올인한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확장성보다는 내부 결속에 초점이 맞추어진 듯 하다. 이번 선거 승리의 관건은 선거장에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대표는 14일 세종시 전통시장을 찾아 다시 한번 “4월 10일은 심판의 날”이라며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잘했다, 나라 살림 잘했다, 살 만하다, 견딜 만하다 싶으면 열심히 2번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세요”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비록 추후 공개적인 사과를 하긴 했지만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계양구 을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중 한 식당을 방문해 “설마 2찍 아니겠지”라는 발언의 연장선 상에 있다.
이재명 대표 정도 되는 닳고 닳은 정치인이 ‘2찍’ 발언의 파장을 몰랐을 턱이 없다. 더군다나 같은 발언을 연달아 한다면 다분히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
이 대표는 어떻게 해서든 수도권에서조차 국민의힘과 예전만큼 확 벌어지지 않고 있는 지지율에 불안해 극단적으로 세 결집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연이은 설화를 ‘국민 갈라치기’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민주당 망언의 끝판왕은 역시나 이재명 대표였다”며 “국민에게 투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데 앞장선 것”이라고 논평 했다.
또한 박 단장은 “지지층 결집을 노리기 위한 말 치고는 참 치졸하고 저열하다”며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이 대표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한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번은 실수, 두 번이면 습관, 세 번이면 인격의 문제라고 한다.
워낙 설화가 많은 인물인지라 이젠 과거 발언을 다 찾기도 힘들 정도이지만 이 대표의 국민 갈라치기 발언은 무수히 많다.
최소한 대권 주자로도 뛰었고 차기 대선에 대한 야심을 갖고 있는 이 대표가 계속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목표지향적으로 ‘네 편, 내 편’을 나누고 싶은 욕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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