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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시민단체 기싸움 팽팽’ 시민회의, 컷오프된 임태훈 소장 재추천

비례 최종결정 권한 민주연합 공관위, 임 전 소장 컷 오프

‘병역 기피’ 사유에 시민회의 강력 반발 후 재추천

동성애 커밍아웃 전력이 더 크게 작용한 듯

더불어민주당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는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자신들이 추천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한 컷 오프 결정에 반발하며 15일 재차 비례 후보로 추천했다.

연합정치시민회의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대정부 투쟁에 앞장 섰던 234개의 좌파 단체가 만든 연합체이다. 이곳에는 각종 촛불 집회를 주도하거나 과거 이적 단체로 규정된 단체들이 포함되어 있어 처음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다. 합의문에 따르면 이들은 더불어민주연합의 한 축으로 합류하며 당선권인 순번 20번 내 ‘국민후보’ 4명에 대한 추천권을 갖고 있다.

‘민주당-시민단체 기싸움 팽팽’ 시민회의, 컷오프된 임태훈 소장 재추천
범야권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김상근 국민후보추천심사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 긴급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정치시민회의가 꾸린 국민후보추천 심사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임 전 소장을 다시 추천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임태훈 후보 외 다른 후보를 추천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천한 후보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연합 공천관리위원회는 임 전 소장에 대해 병역 기피를 사유로 들어 부적격을 통보한 바 있다.

심사위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임 전 소장을 컷 오프한 사유인 ‘병역 기피’ 문제에 대해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입장이다.

임 전 소장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바 있으며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과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징병검사에 대한 반발로 병역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2004년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 지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사위가 부적격 판정 받은 후보에 대해 재추천이란 초강수를 둔 것은 더불어민주연합이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심사위의 추천을 무시하는 행동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시민회의가 처음 추천한 여성 후보 2명이 한미연합훈련 반대와 주한미군 철수 등 반미 활동을 한 전력이 부각되자 재추천을 요청했고, 시민회의에서는 요청을 수용해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과 이주희 변호사를 재추천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다시 한 번 시민회의가 추천한 후보를 거부하는 상황이 오자 시민회의는 재추천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연대 자체를 파기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임 전 소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자 심사 이의신청도 기각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임 전 소장은 “대한민국은 이미 대체복무를 인정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병역 기피와 구분하는 선진 제도를 갖춘 나라”라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이유로 정당한 기회를 박탈 당하는 사람은 제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임 전 소장을 컷 오프한 것은 ‘병역 기피’ 문제보다는 그가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것 때문으로 짐작 된다.

분당에서 안철수 의원과 맞붙고 있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군 면제를 위해 고의로 손가락을 잘랐다는 논란이 지금껏 이어짐에도 공천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 전 지사는 2003년 인터뷰를 통해선 “인천 부평의 작은 주물공장에 위장취업했을 때 혼자 기계를 다루다 손가락이 잘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5년 자신의 홈페이지에는 “군에 가는 즉시 보안사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할 것이고, 고문을 못 이겨 동지의 이름을 불게 되면 동지들이 잡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암울한 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배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손가락을 잘라 ‘절대 변절하지 않는다’는 혈서를 썼다”고 변명했다.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특히 수도권에서 박빙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양당 모두 단 1표라도 이탈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당선권 내 비례의원 순번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가 있다는 것은 反동성애가 강한 기독교 종단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그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대부분의 기독교 종단은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기독교 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독교 교단은 교인들에게 동성애가 잘못된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조차 강론하면 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민주당도 동조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임 전 소장의 공천 탈락으로 인해 실망했을 유권자들의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등 진보 계열에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비례 전면에 내세우게 되면 빠져나갈 기독교 표가 적잖이 있을 것임은 자명하다. 시민사회 측이 연대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는 놓지만 이들이 국민의힘과 손을 잡을 일은 절대 없음을 민주당은 잘 알고 있다.

선거에선 얻을 표가 잃을 표보다 많다면 당연히 더 많은 표를 주는 곳을 선택하는 법이다.

임태훈 전 소장을 매개체로 민주당과 시민단체들간의 기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어느 쪽이 승기를 쥐게 될지 지켜 볼 일이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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