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계취란의 유혹, 부산은 어디로 가는가 [사설] 살계취란의 유혹, 부산은 어디로 가는가](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40.png)
K-팝은 이제 음악 장르가 아니라 국가 브랜드다. BTS의 이름이 붙는 순간, 한 도시의 위상은 단숨에 세계 지도로 확장된다. 공연장은 물론 공항과 거리, 숙박과 식음까지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된다. 그만큼 그 이름이 불러오는 책임도 크다. 그러나 BTS 부산 콘서트를 앞두고 반복된 숙박 요금 폭등 사태는, 이 도시가 그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일부 숙박업소의 요금은 평소의 몇 배로 치솟았다. 특급호텔 디럭스룸이 70만 원을 훌쩍 넘고, 일부 숙소는 평시 대비 10배 이상 가격을 매긴 사례도 보고됐다. 예약은 수 시간 만에 동났고, 팬들은 ‘선착순 경쟁’과 ‘가격 폭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 이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2022년에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고, 그때는 30배 인상 사례까지 등장했다.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가 구조적 문제임을 말해준다.
이 장면은 고사성어 하나로 정확히 설명된다. 살계취란(殺鷄取卵). 닭을 죽여 알을 꺼낸다는 뜻이다. 『여씨춘추』는 “닭을 죽여 알을 얻을 수는 있으나, 그 닭을 잃게 된다”고 경고한다. 지속적으로 알을 낳을 존재를 스스로 파괴하면서, 눈앞의 이익만 취하는 어리석음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 부산의 일부 숙박 시장이 정확히 그 길을 걷고 있다.
이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니다. 팬덤의 신뢰, 도시의 이미지, 장기적 관광 수요라는 ‘닭’을 잡아, 며칠치 이익이라는 ‘알’을 꺼내는 선택이다. 세계 각국의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에 가면 바가지를 쓴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그 손실은 수치로 계산하기 어렵다. 관광은 기억의 산업이고, 한 번의 나쁜 경험은 오래 남는다.
물론 수요가 폭증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조정’이 아니라 ‘폭리’다.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가격 인상, 예약 취소를 유도하는 편법, 행정 단속 이전에 최대한 이익을 챙기려는 행태는 시장 논리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다. 이는 자유의 이름으로 방치할 사안이 아니다.
부산시는 QR 신고 시스템 도입, 합동 점검, 불공정 행위 제재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사후 신고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형 국제 이벤트가 반복되는 도시라면, 사전 가격 가이드라인이나 한시적 상한제, 투명한 요금 공개 의무 등 보다 구조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권고’ 수준의 대책으로는 탐욕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도시는 사람보다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단기 이익에 흔들릴수록, 그 도시는 신뢰를 잃고 브랜드를 잃는다. 살계취란은 개인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도시와 제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산이 세계적인 공연 도시, 문화 도시로 남고자 한다면, 닭을 살리는 선택부터 해야 한다. 알은 그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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