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은 국민에게, 기회는 자신에게 — 공직자의 이중 잣대 [사설] 정책은 국민에게, 기회는 자신에게 — 공직자의 이중 잣대](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0/image-75.png)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이른바 ‘갭투자’ 논란에 휩싸이자, 2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쳤다. 저 자신을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과가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감 표명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차관은 “정부 정책을 통해 시장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이미 지난해 전세를 끼고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다. 배우자의 실거주 목적이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거래 구조만 놓고 보면 명백한 갭투자 형태다. 국민에게는 ‘기다리라’며 정책 신뢰를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시장 타이밍’을 읽고 움직였으니 “정책은 국민에게, 기회는 자신에게”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차관은 지난해 7월 성남시 백현동의 한 아파트를 33억 5천만 원에 매수하고, 석 달 만에 14억 8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앞서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에는 보유하던 수정구 아파트를 11억 4,500만 원에 매도해 약 5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수자와 전세 계약을 맺어 계속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거래는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기엔 명백한 투자성 매입이며, 정책을 설계하는 공직자의 행동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통상적인 갭투자와는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라면, 정책 담당자는 그 취지를 누구보다 먼저 지켜야 한다. 공직자의 말과 행동이 엇갈릴 때, 정책의 신뢰는 무너진다. 부동산 시장이 투기와 불신으로 흔들리는 근본 원인은 바로 이런 ‘이중 잣대’에 있다.

더구나 이번 사안은 단순히 개인의 실수가 아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국민의 피로감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정책을 설계하는 이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하거나 시장의 흐름을 이용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면, 국민은 더 이상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공직자의 윤리가 무너지면, 정책의 정당성도 설 자리를 잃는다.
이 차관은 “저 자신을 되돌아보겠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의 거래 내역과 자금 출처,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정책 담당자로서 부동산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책임 있는 태도이며, 공직자의 ‘반성’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되는 길이다.
정부 역시 이번 일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거래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해충돌 방지법을 실효성 있게 적용하고, 정책과 직접 연관된 직위의 경우 일정 기간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도 검토해야 한다. 정책 신뢰는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부동산은 국민의 삶의 무게와 직결된 문제다. 시장 안정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로 이뤄진다. 공직자의 말이 국민에게는 원칙이 되어야 하고, 그 원칙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정책이 힘을 가진다. 이상경 차관의 사과가 여론 수습용으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도, 말뿐인 반성도 아니다.
정책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그 기회는 결코 공직자의 사적 이익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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