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강 위에서 좌초한 오세훈식 ‘보여주기 행정’” [사설] “한강 위에서 좌초한 오세훈식 ‘보여주기 행정’”](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0/image-28.png)
서울시가 야심 차게 내놓은 ‘한강버스’가 출항 3주 만에 사실상 멈춰 섰다. 수상 대중교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던 당초 포부는 무색하게, 잇단 결함과 혼란 속에 “안전 점검”을 이유로 무승객 운항으로 뒷걸음질쳤다. 무엇보다 시민의 불편과 전문가의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계획대로 밀어붙이는” 서울시의 고집불통식 행정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오세훈 시장이 내세운 한강버스는 겉으론 ‘혁신’의 포장지를 두르고 있었다. 한강을 교통의 축으로 활용하고, 출퇴근 교통난을 덜겠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과정이다. 충분한 시범운항과 기술 검증 없이, 그리고 법적 절차 논란이 남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정식 개통’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유·도선법상 승선자 신분 확인과 신고 의무가 있음에도, 시는 이를 “관할 관청의 재량”이라며 생략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시정 조치를 요구했을 정도니, 절차적 정당성 논란은 단순한 트집이 아니다.
정식 시행 후엔 예견된 문제가 터져 나왔다. 전기 계통 이상, 방향타 고장 등 잦은 결함이 발생해 운행이 중단됐고, 운항 간격과 속도 문제로 출퇴근용은커녕 관광용으로도 불편하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마곡에서 잠실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리는 노선이 어떻게 ‘교통 혁신’이라 할 수 있겠는가. 시민들은 “시민이 아니라 시장의 상징사업을 위한 쇼 아니냐”는 냉소를 보냈다.
이런 지적에도 서울시는 ‘일시적 시행착오’라며 방어에 급급했다. “88%가 만족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세웠지만, 접근성·운행 정보·안전 우려 등 구체적 불만은 외면했다. 홍보와 성과 중심의 행정이 시민의 실제 체감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 시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의 연장선에서, 이번 한강버스 역시 실용보다 보여주기에 치중한 행정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새로운 시도에는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공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시민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개통을 밀어붙인 건 혁신이 아니라 무책임이다. 사업 추진의 전 과정에서 전문가, 현장 운항자,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수요와 여건을 검증했더라면 이 같은 혼선은 막을 수 있었다. 행정의 본질은 ‘결정권자의 의지’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시는 잊은 듯하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이 사업을 냉정히 재점검해야 한다. 한강버스의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 법적 절차의 정당성 모두를 원점에서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시민의 이동권을 내세운다면, 실제 교통망과의 연계성 강화, 접근로 정비, 요금 체계 개선 등 실질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한강을 품은 도시 서울”이라는 구호는 아름답지만, 행정이 시민의 삶을 담보로 한 실험이 되어선 안 된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 한강버스 사태를 단순한 ‘시행착오’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행정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진짜 혁신은 화려한 개통식이 아니라,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완성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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