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3일, 윤석열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유례없는 충격이었다. 포고령은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제약하고 언론·출판·집회를 금지하며, 계엄사령관을 앞세운 군 지휘 체계를 강화하는 등 헌정 질서를 사실상 중단시키려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불과 여섯 시간 만에 국회 결의와 시민의 집단적 행동 앞에서 무너졌다.
사건은 곧바로 탄핵 국면으로 이어졌다. 국회는 초반 정족수 미달 등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12월 14일 마침내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대통령 파면을 결정함으로써, 헌정 질서를 위협한 권력 행위가 법적·제도적 심판을 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어 6월 3일 치러진 대통령 보궐선거는 민주적 정당성의 회복을 제도적으로 완결했다.
이 사태는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사진제공=대한민국 육군 홈페이지)
⸻
- 헌법의 안전장치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점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권한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국회의 해제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조항을 명시한다. 이는 권력 집중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번 사태에서 국회는 이를 신속하게 실행했고, 대통령은 헌법상 의무에 따라 계엄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헌정의 위기는 헌법 스스로 마련한 안전장치에 의해 일차적으로 제어되었다.
⸻
- 시민사회의 집단행동이 민주주의의 실질적 기반임을 확인
헌법적 절차만으로는 정치적 위기를 관리할 수 없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한 순간, 이를 뒷받침한 것은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집결과 노동·사회단체의 총파업이었다. 군의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던 긴박한 시점에 국회가 ‘물리적 안전지대’로 지켜질 수 있었던 것도 시민들의 결집 덕분이었다.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이 단지 제도에 있지 않고, 그것을 수호하려는 사회적 의지와 참여에 있음을 다시금 보여준다.

⸻
-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은 법치주의의 정점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정 질서의 최종적 보루다. 헌재는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함으로써, 대통령의 행위가 단순한 정치적 실수가 아니라 헌법 질서를 위협한 중대한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법치주의가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최고 권력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은 민주주의 성숙의 중요한 징표라 할 수 있다.
⸻
- 제도 개선과 후속 과제
그러나 이번 사태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취약성도 드러냈다. 최고 권력자가 헌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발생했다는 사실은 경고가 아닐 수 없다. 국무회의 심의, 국회 통고, 계엄사령관 임명 등 절차적 요건의 미비와 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향후 제도 개선의 대상이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허위정보가 난무한 경험은 민주주의가 정보의 투명성과 언론의 책임성 위에 서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맺음말
12·3 계엄 사태와 탄핵, 그리고 보궐선거는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아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헌법은 제 역할을 했고, 국회는 기능을 수행했으며, 시민사회는 헌정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최종적 판단을 내려 제도를 완결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안정성은 제도적 장치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시민의 참여와 감시, 그리고 정치 지도자의 헌정 의식이 결합될 때에만 비로소 지속 가능하다. 이번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시험대 위에 있음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동시에 그 회복력을 증명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jp.bong5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