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8일 대통령실 연찬장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여야 대표와 공식 회동을 가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한 대치를 이어온 여야는 이날 만큼은 갈등을 뒤로하고 ‘대화와 소통’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회동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상징색인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하며 통합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기념촬영을 앞두고 이 대통령은 “손을 잡고 찍으면 어떨까요”라며 분위기를 주도했고, 회동은 비교적 부드럽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장동혁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아직 100일이 안 됐다”며 유머를 곁들인 인사를 건넸다. 이는 정 대표가 취임 후 야당 인사들과 악수를 피했던 배경을 겨냥한 발언으로, 긴장 완화의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장 대표는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대통령께서 그동안 무거운 짐을 혼자 지셨겠지만, 그 짐을 여당뿐 아니라 야당과도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말하며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특검, 외교, 조직개편안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여야 간 대화를 강조하며 “민생과 경제를 위해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 주시고, 그 창구를 계속 열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 역시 장외 대치 분위기를 회동장으로 끌고오지 않고, 협력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라는 말을 하셨는데 오늘은 ‘하모니메이커’가 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야가 만났으니 앞으로 건설적인 대화가 복원되길 바란다”며 “여야가 덕담도 나눌 수 있는 좋은 관계가 하루빨리 복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의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는 민주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의 목소리,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국정에 공정하게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정치권의 냉각기를 지나 대화와 협치를 향한 첫 걸음으로 해석된다. 당일 뚜렷한 정책 합의나 공동선언은 없었지만, 상징적 장면이 주는 메시지는 여야는 물론 국민에게도 적잖은 의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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