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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시청역 역주행 돌진 사고…보행자 9명 비명횡사

인파 가득한 횡단보도 덮친 차량에 9명 사망, 4명 부상

역주행 사고 낸 운전자는 급발진 주장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등 총 1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곳은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인 데다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시민들이 몰리는 시간대였던 탓에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한밤 시청역 역주행 돌진 사고…보행자 9명 비명횡사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 경찰과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차량 운전자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급발진 주장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하며 급발진 되었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으며 장애물을 통해 차를 멈추려고 하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퇴근길에 사고를 목격했다는 시민 박모씨는 운전자가 ‘급발진’을 거론했다는 얘기에 “급발진은 절대 아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 소방당국의 설명과 목격자 진술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9시 27분쯤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며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춰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에는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인명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사고 직후 안전펜스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인도변에 자리 잡은 상점들의 유리문과 창문도 깨져 아비규환이던 사고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한 목격자는 “차량 신호가 빨간 불이었는데 갑자기 (일방통행과) 반대 방향에서 승용차가 오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사람이 10명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오후 9시 33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37대, 인원 134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을 수습했다. 사고 여파로 시청역 앞 세종대로는 양방향 통행이 전면 통제됐으며 임시응급의료소가 현장에 설치됐다.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 경찰과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내에는 운전자 A씨와 60대 아내가 동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동됐다.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고 음주운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투약 여부나 졸음운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운전자도 다쳤기 때문에 아직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진술이 가능한 시점에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음주 여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를 했는데 음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가 많았던 것은 역주행하는 차량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에게 갑작스레 돌진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현장을 목격했다는 인근 가게 점원 오모(47)씨는 “사고 현장으로 차를 몰고 가려다 통제를 하길래 내다보니 4∼5명이 쓰러져 있었다. 미동도 없어 처음엔 마네킹인 줄 알았다”며 “일반인 같은 사람이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고 누운 사람 주위로 피가 흥건한 모습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뉴스를 보니 사고가 나서 사람이 여러 명 죽었다고 하더라. 너무 참혹하고 잔인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기 중이던 차량 블랙박스에 기록된 사고 상황. (사진=연합뉴스)

인근 식당에서 식사 중 사고 이후 장면을 목격했다는 시민은 “처음엔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 사람 한 10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며 “혹시 뭐 도울 일이 있을까 싶어 감각적으로 몸이 움직여 달려갔는데 곧 경찰이 와서 제지를 하더라”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시민 출입과 교통을 통제했다. 2일 0시 30분쯤 경찰과 소방당국의 현장 브리핑이 끝난 뒤에는 경찰 과학수사대 10여명이 손전등을 비춰 가며 사건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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