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들 교통통제·대피작업에 진입 차량 없어
다리 위 작업하던 인부들은 대피 못해”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 항구 옆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에 26일 새벽 컨테이너선 ‘달리’가 충돌한 뒤 교각과 다리 본체가 무너진 가운데, 해당 선박이 충돌 직전 ‘조난 신호(메이데이 콜)’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량이 붕괴하기 직전 조난 신호를 접수한 당국이 긴급하게 교통을 통제하고 대피 조치가 이뤄지면서 대형 참사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에서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볼티모어 항구 입구에 있는 2.6㎞ 길이의 교량과 충돌하면서 다리 대부분이 무너졌다.
대형 선박이 교각에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발생한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실종됐다.
사고 발생 직후 실종자 규모가 최대 20명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으나 교통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데다 사고 선박이 충돌 전 조난 신고를 하고, 차량 출입 통제가 이뤄지면서 대형 참사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사고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30분쯤 볼티모어항을 빠져 나온 달리호는 추진력을 잃고 교량 쪽으로 향하며 교량 기둥 하나에 부딪혔다. 이 때문에 약 2.5km 길이의 4차선 교량이 무너져 내렸다.
크리스 밴홀런(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은 조난 신호가 당국자들이 교량의 일부 통행을 막을 충분한 시간을 줬다면서 이에 따라 붕괴 당시 교량을 건너는 차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교통 당국자들도 교통 카메라를 검토한 결과 “사건 당시 교량을 통과하는 차량은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미국 ABC 뉴스가 국토안보부 내부 브리핑을 인용해 보도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조난 신호를 듣자마자 교량을 막고 다른 차량들이 건너지 못하도록 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물에 빠진 운전자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면서 “이 사람들은 영웅이다. 그들은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사고 선박은 볼티모어항을 출발한 뒤 추진력과 동력을 상실했고 표류해 교량과 충돌했다고 밴홀런 의원은 전했다.
사고 당시 다리 위에는 포트홀(도로 파임) 작업을 하던 8명의 인부가 있었다. 이 가운데 2명은 구조됐으나 6명은 실종됐다.
현지 당국은 몹시 차가운 물 온도와 실종된 시간을 고려할 때 실종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27일 오전까지 수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실종자들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멕시코 출신이라고 동료 인부는 말했다.
사고 선박이 빠른 속도로 다리와 충돌해 조난 신호를 받은 뒤 차량 통행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참모들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뒤 긴급 연설을 갖고 “지역 당국은 다리가 붕괴되기 전 다리를 폐쇄할 수 있었고, 의심의 여지없이 많은 생명을 구했다”며 “실종자 및 가족들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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