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용지도(中庸之道)의 시험대에 오른 한·중 외교 [사설] 중용지도(中庸之道)의 시험대에 오른 한·중 외교](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9-1024x683.png)
외교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기술이다. 어느 편에 서느냐보다, 언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국익을 좌우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 방문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오늘의 한국 외교가 어떤 좌표에 서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하나의 분기점이다.
이번 방중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경색돼 있던 한·중 관계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되돌리려는 시도이자, 미·중 전략 경쟁이 구조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떤 외교적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시험대다. 이런 국면에서 요구되는 것은 속도감 있는 결단이 아니라 방향이 분명한 균형이며, 성급한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관리 능력이다.
고전은 이미 그 원리를 제시했다. 《예기》 중용편이 말하는 중용지도(中庸之道)는 양극의 중간을 기계적으로 취하라는 뜻이 아니다. 상황과 맥락에 맞는 최적의 균형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길, 지나침도 모자람도 경계하는 실천의 지혜다. 오늘의 한국 외교 현실과 이보다 더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개념은 드물다.
한국 외교의 축은 분명하다. 미국과의 동맹은 안보의 근간이며, 이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유지·강화의 대상이다. 동시에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문제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는 핵심 행위자다. 이 두 현실을 동시에 관리하는 일은 정치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조건에 가깝다. 그럼에도 외교 담론이 여전히 “친미냐 친중이냐”는 단순 구도로 소비될 때, 외교는 전략이 아니라 국내 정치용 구호로 전락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대목은 관계 개선의 의지보다 그 접근 방식이다. 문화·경제·교류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면서도 과도한 수사나 선언적 합의를 자제했고,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하되 모든 해법을 중국에 기대는 인상은 경계했다. 이는 중용지도가 외교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다만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해서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지나친 밀착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한국 외교의 신뢰는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축적된다. 오늘은 다가가고 내일은 물러서는 진폭 큰 외교는 어느 쪽에서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외교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번 방중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상징적 방문에 그칠지는 이후 정책의 연속성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만남을 성과의 종착점으로 착각하지 않는 일이다. 외교 관계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간과 관리, 그리고 절제가 쌓여야 비로소 신뢰가 된다.
지금의 한·중 외교는 중용지도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중용은 회피가 아니며, 모호함의 다른 이름도 아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 감각과 국익을 기준으로 한 분명한 우선순위,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움직이는 외교 역량이 요구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의 파빙(破氷)일 뿐이다. 해빙을 지속 가능한 관계로 만들 책임은 이제 정부의 후속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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