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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산업재해 예방책?’ 민주당, 끝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거부

50인 미만 사업장…설비와 인력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 없어

중대재해처벌법, 사업주 뿐 아니라 창업희망자도 위축시켜

더불어민주당이 1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자는 정부·여당의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여부는 결국 국회 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기에 정부·여당에서는 ‘산업안전청 설치를 전제로 한 2년 유예’ 중재안까지 제시하며 민주당과 협상을 거듭했지만 결국 민주당이 최종 거부하며 유예안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법 조항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동법 제4조 1항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회사를 살펴보니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 하고 있었다면 처벌을 면해주고 그렇지 않다면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무시무시한 법이다.

‘믿음이 산업재해 예방책?’ 민주당, 끝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거부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앞에서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수준이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고 있는 상태라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지침이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매출의 몇 퍼센트 이상 안전보건을 위해 지출을 한다’든가 ‘직원의 몇 퍼센트를 안전관리담당으로 두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다면 사업주들은 추가 지출에 볼멘소리를 낼지 모르지만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를 행할 수 있다.

하지만 막연히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라는 주관적 기준이라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사업주들이 최소한 감옥에 가거나 도저히 부담할 수 없는 벌금을 내는 공포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인가?

그나마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들은 사정이 낫다. 일부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까 걱정한 나머지, 최악의 경우 대신 감옥에 가 줄 경영책임자를 두고 있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또한 이들 대기업은 안전을 위한 설비투자와 안전 전담직원을 두는데 크게 개의치 않을 만큼의 여력도 갖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실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체 규모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대기업 수준으로 갖출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안전설비 투자는 조금씩 나누어 진행한다 쳐도 현재 건설 현장에 적용되듯이 산업안전 관련 관리자는 바로 채용해야 사업주들이 발 뻗고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고용노동부 또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안전을 관리·담당하는 인력을 두어 안전보건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체, 그 중 상당수가 직원수 10명 내외의 사업장에서 생산과 무관한 1명의 직원을 더 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종국엔 사업주들을 기분 내키는대로 처벌하는 용도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사업주가 아무런 잘못이 없고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이행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만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재해가 발생한다면 여지없이 법을 통해 인민재판 형식의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의 협상이 무산된 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끝까지 거부한 민주당이 민생을 책임지는 국민의 공당이 맞는지, 의회 민주주의를 할 생각이 있는지 근본적 회의가 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여당은 고작 2년 유예를 위해 야당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산업안전청까지 설치하는데 적극 협조하겠다는 중재안까지 제시했지만 민주당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 정부의 경제 기조를 비판하며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을 자주 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말은 부인할 수 없다. 경제는 심리가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그런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는 당 대표를 둔 민주당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에 대해선 타협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분명히 사라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지만 실제 발생을 아예 없앤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하다. 자동차를 아무리 안전하게 만들어도, 교통신호체계와 도로를 아무리 고도화한다 해도 사망자를 줄일순 있지만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모든 사업주는 언제고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적극적인 고용, 시설투자, 사업확장을 꺼려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창업을 꿈꾸어 왔던 사람들은 고용주가 아닌 고용인으로 머무는게 차라리 배부르고 속 편하다는 점을 마음 속에 각인할 것이다.

경제는 사업을 벌이는데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이 사업장을 차리고 직원을 고용하고 생산활동에 전념해야 유지되는 것이다. 억만금을 번다는 보장도 없는데 예측할 수 없는 직원의 사망 사고로 인해 언제라도 감옥에 들어가고, 전재산을 넣어도 부담할 수 없는 벌금을 내야한다는걸 알면서도  감히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나서는 강심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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