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3천300만원 중 2천100만원 대납 인정
형 확정되면 서울시장직 상실…오세훈 측 항소 전망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오 시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시장직을 잃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앞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천300만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택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또 후원자를 통한 조사비용 지급 과정을 알고 있었는지였다.
검찰은 오 시장이 명씨에게서 공표용 3차례와 비공표용 7차례 등 모두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고, 강철원 전 서울시 부시장을 거쳐 후원자 김한정 씨가 조사비용 3천300만원을 대신 부담하게 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 삼은 전체 금액을 모두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3천300만원 가운데 2천100만원은 오 시장을 위해 지급된 여론조사 비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 제공과 비용 대납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었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오 시장 측은 그동안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김씨에게 비용 지급을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간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명시적인 계약이나 직접적인 지급 지시가 없었다는 점도 무죄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관계와 여론조사 전달 과정, 비용 지급 경위 등을 종합할 때 오 시장이 조사 의뢰와 대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서명한 계약서나 계좌이체 내역이 없더라도 사건 전후의 정황을 통해 정치자금 수수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한다. 이날 선고는 1심 판단이어서 오 시장이 즉시 직을 잃는 것은 아니며, 항소와 상고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시장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벌금 1천만원은 직위 유지 기준인 100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거나 형량이 대폭 낮아지지 않는다면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판결을 단순히 여론조사 비용 2천100만원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선거 후보자가 직접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지지자나 후원자가 후보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대신 구매했다면, 이를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는지를 법원이 다시 한번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인의 주변 인물이 독자적으로 비용을 지급한 경우까지 후보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본인의 인식과 동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더욱 엄격하게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피하기 어렵다.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건일수록 관계자 진술이나 정황만으로 결론을 내렸는지를 항소심에서 다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여론조사는 선거 전략과 후보 경쟁력 판단에 직접 활용되는 핵심 자료다. 비용을 제3자가 부담해도 후보자가 결과를 제공받아 실질적인 이익을 누렸다면, 일반적인 후원이나 호의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취지로 해석된다.
오 시장으로서는 법적 대응과 서울시정 운영을 동시에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대법원 확정 전까지 직무 수행에는 법적인 제약이 없지만, 주요 정책과 인사를 둘러싸고 ‘임기 지속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오 시장 개인의 정치적 운명뿐 아니라 선거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비공식 여론조사 지원과 제3자 비용 부담에 경고를 보낸 판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후보자와 후원자, 정치 컨설턴트 사이의 거래가 불투명하게 이뤄질 경우 정치자금법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견해다.
오 시장 측이 항소할 경우 2심에서는 여론조사 의뢰 사실과 비용 대납에 대한 인식 여부, 2천100만원을 정치자금으로 산정한 근거가 다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종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1심 유죄 판단만으로도 오 시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