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1심 선고…특검, 징역 1년 6개월 구형
오세훈 “돈 건넨 사실 몰랐다” 전면 부인…‘암묵적 합의’ 인정 여부가 핵심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법원의 첫 판단이 22일 나온다.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서울시장직은 물론 향후 정치 행보에도 상당한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의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오 시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 씨에 대한 판단도 같은 날 내려진다. 선고 장면은 생중계되지 않고 녹화된 뒤 언론에 제공되며, 이후 법원 유튜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 씨가 관련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오 시장 측에 전달된 여론조사가 모두 10차례이며, 김 씨가 명 씨 측에 지급한 비용은 3천300만원 상당인 것으로 판단했다. 단순히 제3자가 비용을 냈다는 사실을 넘어 오 시장이 여론조사의 제공과 대납 구조를 알고 있었는지가 이번 재판의 핵심이다.
오 시장은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하거나 김 씨에게 대금을 지급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간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이 원하지 않은 비용을 누군가 명 씨에게 지급했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 금액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의 기소를 두고도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무리한 기소라는 취지로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특검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 결과를 여러 차례 전달받았고 선거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은 만큼, 비용 지급 과정 역시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특검은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천3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가 살펴볼 핵심은 명시적인 지시나 계약이 없더라도 당사자들 사이에 사실상 합의가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지다. 오 시장 측은 비용 지급을 요청한 문서나 정식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특검은 말이나 서류로 드러나지 않은 ‘암묵적 의사 합치’도 성립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앞서 명 씨가 연루된 다른 사건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김건희 씨의 관련 혐의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로 판단됐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를 둘러싼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명 씨와 정치권 인사들이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론조사 제공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법리가 오 시장 사건에도 적용된다면 직접적인 지시나 계약서가 없다는 항변만으로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두 사건의 구조가 완전히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은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가 중심이었던 반면, 오 시장 사건은 제3자가 실제 비용을 지급했다는 점에서 판단해야 할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나 징역형이 선고되고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게 된다. 이날 판결은 1심인 만큼 선고 즉시 직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죄가 나올 경우 서울시정과 차기 정치 일정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재판을 단순히 3천300만원의 출처를 가리는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에게 제공되는 비공개 여론조사가 어떠한 경로로 생산되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는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후보자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원자나 주변 인물이 자의적으로 비용을 지급한 경우까지 후보자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건일수록 결과에 맞춰 법리를 해석하기보다, 오 시장의 인식과 관여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하는지가 판단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고는 오 시장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 정치인과 후원자, 브로커 사이에서 이뤄지는 비공식적 지원을 어디까지 정치자금으로 볼 것인지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법원이 명시적인 지시를 중시할지, 정황을 통한 암묵적인 합의를 인정할지에 따라 향후 유사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