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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규약 다투다 불바다”…경산 아파트서 방화 의심 폭발

관리규약 논의하던 자리서 불길…8명 부상·1명 위중

인접 경로당까지 피해 번져…경찰, 인화물질 사용 가능성 수사

“관리규약 다투다 불바다”…경산 아파트서 방화 의심 폭발
방화 의심 화재 발생한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 [사진=연합뉴스]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방화로 의심되는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주민과 관리사무소 관계자 등 8명이 다쳤다. 평소 아파트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일부 주민과 관리사무소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은 이번 사고가 해당 갈등과 관련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23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9분께 경산시 사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오전 8시 48분께 불길을 잡았다. 화재 발생부터 완전 진화까지 약 20분이 걸렸지만, 밀폐된 관리사무소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남성 2명과 여성 6명 등 모두 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가운데 1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재까지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와 바로 붙어 있는 경로당에 머물던 어르신 5명도 사고에 휘말린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사무소 내부에서 시작된 불길과 폭발 충격이 인접 공간까지 번지면서 회의 참석자뿐 아니라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던 주민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한 것이다.

사고 당시 관리사무소에서는 관리규약과 아파트 운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일부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남성이 인화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용기를 들고 관리사무소에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방화를 한 것으로 의심받는 남성 역시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관리사무소 안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으며, 불이 붙은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목격자는 한 남성이 관리사무소 내부에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인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확보된 목격자 진술과 현장 정황을 토대로 한 판단으로, 실제 발화 과정과 고의성 여부는 경찰 감식과 관계자 조사를 거쳐 확인돼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에서는 이전부터 관리사무소 운영과 관리규약 등을 놓고 일부 주민과 관리 주체 사이에 마찰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경산시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한 정황도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는 비교적 규모가 작아 관련 규정상 입주자대표회의를 의무적으로 구성하지 않아도 되는 공동주택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기존 갈등이 이날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포함해 사건 전후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공동주택의 관리 갈등이 자칫 심각한 강력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는 견해도 있다. 관리비와 시설 운영, 관리규약 변경처럼 아파트 내부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외부에서는 사소한 다툼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재산권과 주거권이 직접 연결된 민감한 문제다.

특히 대표기구가 의무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소규모 공동주택에서는 주민 간 의견을 공식적으로 조정하거나 갈등을 중재할 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갈등이 장기간 해소되지 못했다면,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이 공동주택 내부의 문제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당사자 간 해결에 맡긴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관리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사건의 동기와 책임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방화 의심 남성의 구체적인 행동과 당시 참석자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인화물질이 실제로 사용됐는지 등은 아직 수사로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갈등이 폭발과 화재로 이어졌다는 경찰의 초기 판단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공동주택 분쟁을 단순 민원으로만 취급해 온 기존 대응 방식에도 적지 않은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화재 현장을 정밀 감식하고 부상자와 목격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인화물질의 종류와 반입 경로, 최초 발화 지점, 폭발이 발생한 원인 등을 확인하는 한편 방화 의심 남성의 치료가 진행되는 대로 범행 동기와 사전 계획 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과 경산시 역시 건물 피해 규모와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관리사무소와 경로당이라는 주민 공동시설에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피해 주민 지원과 임시 관리업무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범한 아파트의 관리규약 회의는 불과 수십 분 만에 주민 8명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참사로 바뀌었다. 정확한 원인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지만, 일상적인 주민 갈등이 통제되지 않은 채 쌓일 경우 얼마나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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