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00달러 돌파에 중동 긴장까지 겹쳐…코스피 6,690선 추락
외국인 하루 3조원 넘게 팔아치워…삼성전자 -7.59%·SK하이닉스 -8.34%
코스피·코스닥 동시 매도 사이드카…이번 주 5거래일 연속 변동성 경고음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다시 크게 주저앉았다. 전날 되찾았던 코스피 7,000선은 단 하루를 버티지 못했고, 지수는 400포인트 넘게 빠지며 6,600선까지 밀렸다. 중동 정세 불안이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지자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06.27포인트(5.72%) 떨어진 6,690.62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4%대 반등에 힘입어 종가 기준 7,000선을 회복했지만 하루 만에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장중에는 6,650.41까지 밀리며 낙폭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코스닥 역시 42.06포인트(5.32%) 하락한 748.22로 마감했다.
하락 속도가 워낙 빨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래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안전장치까지 작동한 것이다. 이번 주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5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극심한 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 시장을 흔든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다시 치솟은 국제유가였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주요 해상 운송로의 통항 차질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90달러 위에서 움직이며 고유가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에너지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유 가격이 다시 뛰면 기업의 운송·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물가에도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경계심까지 동시에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 수준까지 올라섰고 달러인덱스도 101선에 머물면서 이른바 ‘고유가·고금리·강달러’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모습이 연출됐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서는 세 가지 부담을 동시에 떠안은 셈이다.
수급 상황은 더욱 거칠었다. 최근 나흘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82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기관 역시 1조9,513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5조1,784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최근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대형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하루 동안 7.59% 떨어졌고 SK하이닉스도 8.34% 급락했다. SK스퀘어는 9.17%, 삼성물산은 5.00%, 삼성생명은 3.49% 하락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당수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대형 반도체주가 동시에 무너졌다는 것은 이날 하락을 일부 업종의 조정으로만 보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최근 지수 상승 과정에서 외국인 자금과 기대감이 집중됐던 종목들이 반대로 매도세의 중심에 서면서 지수 전체의 낙폭까지 키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날 코스피가 7,000선을 회복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하루 만에 400포인트 넘게 후퇴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단기간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증시가 기업 실적이나 개별 호재보다 국제 정세와 유가, 금리 같은 외부 변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최근 코스피의 숫자만 놓고 보면 ‘7,000선 돌파’와 ‘6,000선 추락’이 빠르게 반복되고 있다. 지수의 절대적인 높이보다 하루하루의 변동 폭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더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하락은 국내 기업의 갑작스러운 실적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기보다 중동 긴장과 유가·금리 상승 등 해외 변수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면 국내 증시 역시 그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날 5조원이 넘는 주식을 받아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대규모 매도에 나선 상황에서 개인 자금만으로 시장의 방향을 돌려놓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당분간 국내 증시의 방향은 기업 실적뿐 아니라 국제유가와 중동의 군사적 상황, 미국의 물가 및 금리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지정학적 갈등과 유가 상승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높은 변동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7,000선을 되찾으며 반등 기대를 키웠던 코스피는 단 하루 만에 6,690.62까지 밀렸다. ‘7천피’라는 상징적인 숫자의 달성 여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이 외부 충격 하나에 수백 포인트씩 움직일 정도로 예민해졌다는 점이라는 의견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유가가 안정되지 않고 중동의 긴장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의 ‘검은 금요일’이 단 하루의 충격으로 끝날 것이라고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