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News
  • “최태원, 노소영에 9440억 현금 지급”…9년 ‘세기의 이혼’, SK주식도 분할 대상

“최태원, 노소영에 9440억 현금 지급”…9년 ‘세기의 이혼’, SK주식도 분할 대상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 지급 판결
재산분할 비율은 최태원 3분의 2·노소영 3분의 1…SK 주식 가치도 분할 대상 인정
2심 1조3,808억원보다 줄었지만 1심 665억원보다는 크게 늘어…상고 가능성도 남아

“최태원, 노소영에 9440억 현금 지급”…9년 ‘세기의 이혼’, SK주식도 분할 대상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벌여온 이른바 ‘세기의 이혼소송’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1조원이 넘었던 기존 재산분할액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낸 뒤 나온 결론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역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고법 가사1부는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다. 법원은 노 관장에게 돌아갈 몫을 주식으로 직접 나누는 대신 최 회장이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판결이 확정된 뒤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연 5%의 지연손해금도 붙는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금액만이 아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법원이 다시 한 번 부부의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인정했다는 점이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주식이 상속이나 증여 등을 토대로 형성된 개인 고유의 재산이라는 취지로 주장해왔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혼인생활이 이어지는 동안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상승했고, 그 과정에서 노 관장의 가사·자녀 양육뿐 아니라 SK그룹과 관련한 대외 활동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 SK 주식을 노 관장에게 넘기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SK 주식이 그룹의 경영권과 지배력의 기반이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노 관장의 재산분할 몫 가운데 부족한 금액을 현금으로 정산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주식의 재산적 가치는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면서도 주식 자체가 이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문제는 최소화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은 단순히 ‘9,440억원짜리 이혼’이라는 숫자로만 바라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법원이 대기업 총수 일가의 핵심 지분 역시 혼인기간 동안 가치 형성과 유지 과정에서 배우자의 기여가 인정될 경우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는 어느 시점의 SK 주가를 기준으로 재산 가치를 계산할 것인지도 핵심 쟁점이었다. 법원은 파기환송심이 끝난 시점이 아니라 앞선 이혼소송 항소심의 사실심 변론이 끝난 2024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후 SK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이를 그대로 재산분할 대상 금액에 반영하지는 않았다. 대신 주가 상승 요인은 최 회장의 경영 기여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 반영했다.

이번 결과는 앞서 2심이 인정했던 1조3,808억원보다는 약 4,368억원 줄어든 액수다.

두 사람의 재산분할 규모는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크게 달라졌다. 2022년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2024년 2심에서는 위자료가 20억원으로 올라갔고 재산분할액은 무려 1조3,808억원으로 급증했다.

당시 2심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까지 노 관장의 기여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해당 자금이 불법적인 성격을 가진 만큼 이를 재산분할 과정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반면 위자료 20억원에 대한 판단은 그대로 확정됐다.

파기환송심 법원 역시 대법원의 취지를 반영해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혼인관계가 파탄 나기 전 경영권 유지와 경영활동을 위해 친인척에게 증여한 일부 주식 역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2심 당시 1조3천억원을 넘어섰던 재산분할액은 9천억원대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노 관장의 몫이 1심 당시 665억원에서 9,44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법원이 노 전 대통령의 자금과 관련된 기여도를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노 관장의 혼인기간 중 역할만으로 상당한 수준의 재산 형성 기여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단순히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도 가능하다. 노 관장 입장에서는 2심의 1조3,808억원과 비교해 수천억원이 줄어들었지만, 최 회장 측이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SK 주식의 재산적 가치 자체는 다시 인정됐다. 반대로 최 회장 측은 2심에 비해 지급액을 상당 부분 낮췄지만 9천억원이 넘는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은 남았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주식 이전 대신 현금 지급을 명했다는 점이다. 재산분할이 SK그룹의 지분 구조나 경영권에 직접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상황을 피하면서도 배우자의 재산 형성 기여는 금전적으로 인정한 절충적 판단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개인의 이혼소송이라는 틀을 넘어 국내 주요 기업 총수의 지배구조와 맞물린 사건이라는 특수성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법적 분쟁은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88년 결혼한 두 사람의 혼인관계를 둘러싼 소송은 조정과 1·2심,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이어지며 약 9년에 걸친 장기전이 됐다.

최 회장 측은 선고 직후 그동안의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 판결문을 검토한 뒤 구체적인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노 관장 측은 이날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1심 665억원에서 2심 1조3,808억원, 그리고 파기환송심 9,440억원까지. 국내 최대 기업집단 총수의 재산과 경영권이 얽히며 관심을 모았던 두 사람의 재산분할 소송은 다시 하나의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다만 이번 판결 역시 상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9년에 걸친 ‘세기의 이혼소송’이 이번 판결만으로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피하기 어렵다.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