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이진우 전 사령관 각각 징역 30년 구형
박안수 25년·곽종근·문상호 각 20년…군 수뇌부에 일제히 중형 요청
특검 “군을 내란 세력의 사병으로 전락”…헌정질서 훼손 책임 강조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하고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군 고위 장성들에게 특검이 무더기 중형을 구형했다. 특히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각각 징역 30년이 요청됐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심리로 열린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는 징역 25년,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각각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특검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군 명령 체계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벗어나 국회 등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막으려 한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군 고위 지휘관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들이 군 조직을 정치적 목적에 동원함으로써 군의 정치적 중립과 지휘 체계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도 강하게 지적했다.
여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준비 단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긴밀히 움직였고 이진우·곽종근 전 사령관 등과 함께 계엄 실행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방첩사의 기능을 국가안보가 아닌 정치적 목적에 활용했다는 점도 중형 구형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국회 주변 상황에서 군사경찰에 체포 관련 지시를 내리고, 국회의원을 의사당 밖으로 끌어내도록 지시했다는 혐의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곽 전 사령관 역시 국회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등에 병력을 출동시킨 점이 핵심 혐의로 거론됐다.
특검은 박 전 총장을 제외한 일부 피고인들이 단순히 상급자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따랐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전부터 상당 기간 모의와 준비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만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번 구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특검이 군의 지휘체계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까지 언급했다는 것이다. 군은 본질적으로 명령과 복종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조직인데, 지휘관이 위헌·위법한 명령에 부하를 동원할 경우 향후 장병들이 정당한 작전명령까지 의심하게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지적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몇몇 장성 개인의 형사책임 문제로만 바라보기 어렵게 만든다. 군 지휘부가 정치적 상황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그 파장은 군 내부의 지휘 신뢰와 문민통제 원칙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징역 30년이라는 구형량은 특검이 이번 사건을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선고 형량은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군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계엄 실행에 관여했다는 특검의 판단이 얼마나 무겁게 형성돼 있는지는 분명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구형은 어디까지나 검찰 또는 특검이 재판부에 요청하는 형량일 뿐 최종 형은 아니다. 피고인 측의 최종 변론과 최후 진술, 재판부의 법리 판단을 거쳐 실제 형량이 결정되는 만큼 현 단계에서 유죄 여부나 최종 형량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전직 군 고위 장성 5명에게 일제히 20~30년의 중형이 구형됐다는 사실 자체는 이 사건의 무게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비상계엄 과정에서 군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휘관 개인의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재판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넘어, 군의 정치적 중립과 지휘관의 책임 한계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상급자의 지시와 헌법적 의무가 충돌할 경우 군 지휘관이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이번 판결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명령을 받았느냐’보다 ‘그 명령이 위헌·위법하다는 점을 알고도 실행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가 이 부분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향후 군 수뇌부에 대한 형사책임의 범위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을 피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