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 국면 벗어나
이제 韓에게 힘 실리나
체감온도 영하 20도, 강한 눈보라까지 치는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 전날인 22일 밤 발생한 큰 불로 227개 점포가 전소한 현장은 불에 타고 남은 잔해만 가득했지만 동시에 훈풍이 불어오는 현장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오후 충남 서천 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며 손을 꼭 잡았고 한 위원장은 90도 인사로 응대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 방문에 앞서 현장에 대기하며 진화 작업을 하는 복구 인원들을 격려하고 지원 대책 등을 논의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에 대한 사과 여부를 두고 갈등이 고조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까지 보내 이제 취임 한 달이 안된 한동훈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불러왔다.
하지만 현재 모습을 보면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기획 갈등설’에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폭발할 것만 같았던 둘의 갈등이 오늘 눈 녹듯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이며 너무 쉽게 화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낸 것이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여전히 확률은 반반”이라면서도 ‘기획설’에 기우는 스탠스를 취했다. 최 부원장은 “실제로 정면 출동이라면 ‘한동훈 사퇴’ 혹은 ‘한동훈, 윤석열 대치의 장기화’여야 한다”며 “만약 ‘한동훈 승리’라면 이것은 기획된 작품”이라고 했다. 아직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밖에 안되었는데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위원장이 승리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기획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부원장은 한 위원장의 승리하는 모습이 제2 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지명, 김건희 사과 및 해명이란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런 조치가 뒤따를 경우 ‘약속 대련’이 맞았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이번 사태가 총선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약속 대련이 맞을 경우 그리고 김건희 사과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경우, (국민의힘이) 중도 확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며” 동시에 “총선은 국힘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다”는 예측을 더했다.
한편 ‘원칙과상식’ 소속으로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인 미래대연합을 창당 준비중인 김종민 의원은 22일 MBN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게 약속 대련이면 한동훈, 윤석열 두 분은 정치 10단에 정치 타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완전 타짜다. 그러니까 이거는 거의 뭐 우리가 겨룰 수 없는 경지에 있는 타짜라고 봐야 된다”며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제가 보기엔 실제 상황 같다”고 말하며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실시간 쏟아지는 스토리텔링은 이슈의 주도권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오롯이 차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덕분에 더불어민주당이 공들여 만들던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이슈가 일단 모두 파묻혔다. 뉴스의 중심은 ‘순간 짜증도 났지만 그래도 믿어 왔던 내 수족을 자애롭게 품어주는 대통령’ 그리고 ‘큰 그늘을 벗어나 당당히 홀로 선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한 위원장’, 이 둘의 감동적인 스토리로 도배 되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각자의 스케쥴을 소화하기 위해 서천 현장에서는 다른 차량을 타고 떠났지만 익산역에서 다시 만나 함께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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