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원은 충족할 수 없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면 고용상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중노위는 A社의 사업주에게 여성 직원 2명을 승진심사에서 차별했다는 이유로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2022년 5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고용과 관련해 성차별을 당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후 두 번째로 나온 시정명령이다.
A社는 종업원 수 1,000여 명 규모의 기계 제작 및 판매회사로서 작년 상반기 과장급 승진심사를 진행했는데, 여성 대상자 2명이 모두 탈락했다. 여성 직원은 직무상 충족할 수 없는 ‘매출 점유율’과 ‘채권점유율’ 등을 승진심사 기준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직접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영업지원직은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가 없는데 해당 업체 국내사업본부 남성 직원은 모두 영업관리직으로, 여성 직원은 전부 영업지원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여성 직원은 특정 승진 조건을 채울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2명의 여성은 해당 항목에서 ‘0점’을 맞아 승진에서 탈락했고 남성 직원은 4명 중 3명이 승진했다. 이들 여성은 3년간 인사평사 평균이 영업관리직 남성 직원보다 같거나 더 높았고 직급 근무 기간도 더 길었다.
이러한 결과 A社의 남녀 성비는 남성 88%, 여성 12%인 반면 과장급 이상의 남성은 97%, 여성은 3%에 불과했다. 여성이 과장급 이상인 경우는 단지 5명에 불과했고 이마저 해외 영업 직군에 해당되는 특수한 조건의 근로자였다.
A社는 여성 대상자 2명이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이유에 대해 “입직 경로의 차이와 업무 확장성의 차이 등으로 고급 관리자로 가는 역량이 부족했다”라고 설명했지만, 중노위는 이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여성 직원과 비슷한 시기 고졸로 입사한 남성 직원은 모두 승진했을 뿐 아니라, 승진했다고 해서 반드시 고급 관리자 보직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며 과장급 남성 직원 중 관리자가 아닌 자가 많이 있다는 점 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중노위는 “통계적 결과, 승진심사 시 실제 적용된 기준, 승진 이후 역할, 현재 과장급 이상 승진자 업무 등을 모두 고려해 성별에 따른 간접차별로 보고 승진심사를 다시 하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는 ‘채용조건과 근로조건이 같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성에 비해 현저히 적어 특정 성에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며 그 조건이 정당함을 정명할 수 없는 경우’도 차별로 규정한다.
김태기 중노위 위원장은 “이번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노동시장에 활력을 주고, 질적 수준을 높이는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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