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호작창의 책임, 헌법은 왜 지켜지지 않았나 [사설] 위호작창의 책임, 헌법은 왜 지켜지지 않았나](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48.png)
한덕수 前 국무총리가 내란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전직 총리의 구속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판결의 의미는 ‘전직 총리 구속’이라는 기록적 사실에 있지 않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가 최고 책임자 가운데 한 사람이 왜, 어떻게 헌정 질서 파괴의 한 축으로 기능했는지를 사법부가 분명히 밝혀냈다는 데 그 본질이 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으로 이어진 일련의 행위를 형법상 내란으로 판단하며, 사건을 ‘12·3 내란’으로 명명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한 전 총리의 책임을 단순한 방조가 아닌 ‘내란 중요임무 종사’라는 정범으로 인정한 판단이다. 내란죄는 한 사람이 단독으로 저지를 수 없는 필요적 공범 범죄로, 권력 내부에서 역할을 나눠 수행한 이들 모두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고 권력자의 결정을 “막지 못했다”는 해명은 더 이상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있다. 위호작창(爲虎作倀)이다. 이 말은 송나라 때 편찬된 설화집 『태평광기(太平廣記)』에 등장한다. 전설에 따르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혀 죽은 사람의 혼은 ‘창(倀, 귀신)’이 되어 스스로 해칠 힘은 없지만 숲길을 안내하고 위험을 숨기며 또 다른 희생자를 호랑이 앞으로 이끈다. 직접 물어뜯지는 않지만, 악행이 완성되도록 돕는 존재다. 고전은 이들을 단순한 피해자로 보지 않는다. 악의 주체와 결합해 범죄를 현실로 만드는 공범,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한다.
이번 판결이 겨눈 대상 역시 바로 이 ‘위호작창의 책임’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헌법적 책무를 지닌 자리다.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위헌·위법의 경계에 놓였을 때, 이를 막는 것이 총리의 의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이 책무를 외면했을 뿐 아니라, 내란이 성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일원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단순한 침묵이나 소극적 방관이 아니라, 권력 범죄를 가능하게 만든 적극적 선택이었다.
사후 행위에 대한 질책은 더욱 준엄하다. 비상계엄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허위 문서를 작성·폐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위증까지 했다는 판단은 헌법 수호 의무의 배반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법을 불법으로 멈추지 않고, 문서와 절차를 동원해 합법처럼 꾸미려 한 시도는 위호작창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법정구속 결정 역시 이러한 태도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사법부의 강력한 경고로 읽힌다.
권력 범죄는 늘 한 사람의 결단으로 축소되려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순간은 언제나 집단적이다. 명령을 내린 자 곁에서 이를 정당화하고, 문제없다는 신호를 보내며, 사후에 흔적을 지워주는 이들이 있을 때 내란은 현실이 된다. 호랑이만으로는 숲의 참극이 완성되지 않는다. 길을 안내한 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판결은 개인의 유죄를 넘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데 가담한 모든 권력 내부 인사에게 보내는 경고다. 법 위에 설 수 있는 권력은 없으며, 권력의 범죄를 가능하게 만든 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원칙이 다시 확인됐다. 위호작창의 국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 판결이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무거운 과제다.
top_tier_1@naver.com


![[기억의 시간] 아무도 부르지 않고 지우려 했던 이름의 시간](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50.png)

![[봉쌤의 책방] ‘한국 사람’이라는 질문 – 우리는 누구인가? [봉쌤의 책방] ‘한국 사람’이라는 질문 – 우리는 누구인가?](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38.png)
![[기억의 시간] 이름 대신 번호로 남은 한 시인의 질문 [기억의 시간] 이름 대신 번호로 남은 한 시인의 질문](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37.png)
![[기억의 시간] 끝까지 국가를 믿지 않았던 사랑과 투쟁 [기억의 시간] 끝까지 국가를 믿지 않았던 사랑과 투쟁](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39-1024x683.png)
![[사설] 외침의 테헤란, 정적의 평양 — 자절어천하의 경고 [사설] 외침의 테헤란, 정적의 평양 — 자절어천하의 경고](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36-833x1024.png)
![[사설] 살계취란의 유혹, 부산은 어디로 가는가 [사설] 살계취란의 유혹, 부산은 어디로 가는가](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40.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