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 없는 구단, 무책임한 선수, 울산HD의 부끄러운 현실 [사설] 사과 없는 구단, 무책임한 선수, 울산HD의 부끄러운 현실](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2/image-4.png)
울산HD가 올 시즌을 K리그1 최종 9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성적보다 더 치욕적인 것은 시즌 말미에 드러난 조직 내 갈등과 책임 부재의 민낯이다. 감독 교체, 선수단 내 항명 의혹, 폭행 논란까지 이어진 이번 사태는 한국 프로축구 시스템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태용 감독은 경질 직후 “나는 사실상 바지 감독이었다”고 말했다. 전술과 운영 전반이 고참 선수들에 의해 흔들렸다는 취지다. 실제로 구단 안팎에서는 일부 베테랑 선수들의 태업·항명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도자의 판단보다 선수 개인의 영향력이 우위에 서는 조직이라면, 그곳이 과연 ‘팀’이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와중에 팬들의 배신감은 더욱 깊어졌다. 그동안 존중받아온 베테랑 이청용이 골프 스윙 세리머니 등으로 노골적 불만을 드러낸 정황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상반된 ‘불량한 인성’ 논란까지 불러왔다. 조직 내부 갈등을 대외적 퍼포먼스로 표출한 것은 명백한 판단 미스다. 비판이 필요했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팬 신뢰를 저버린 채 ‘아니면 말고’ 식 의혹 던지기로 흘러간 데 대해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설상가상 시즌 최종전 뒤 정승현은 신 전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신 감독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표현이 과했을 뿐 폭력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지도자 권위와 제자 간 신뢰가 산산조각 난 장면임은 분명하다. 군사부일체라 부르던 시대는 지나갔지만, 최근 곳곳에서 드러나는 ‘스승 경시 풍조’와 맞물려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권위가 부당하게 행사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 권위 자체가 희화화되며 땅에 떨어진 현실도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구단이다. 울산HD는 결국 팬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정작 가장 시급한 신태용 감독 관련 논란에 대해 단 한 줄의 유감 표명도 담지 않았다. 심지어 사과문에는 “시즌 중 두 차례 감독 교체는 전적으로 구단의 결정이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는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감독을 둘러싼 잡음의 주동자들에 대한 방패막이를 자처한 문장으로 읽힌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과문은 사과가 아니라 회피다.
이번 사태는 특정 감독과 몇몇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도자의 권위는 무너지고, 선수단은 책임을 잃었으며, 구단 운영은 방관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성적 추락이 아니라, 팀 정체성의 붕괴다. 프로 스포츠에서 명예는 실력으로 쌓고, 신뢰는 책임으로 지킨다. 책임이 사라진 조직이 팬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울산HD가 이번 사건을 단순 마무리가 아닌 경각심으로 삼아, 내년 시즌에는 책임과 신뢰를 회복하는 조직 문화부터 세우기를 바란다. 그것이 성적보다 더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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