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엄의 그림자 넘어, 명예로운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길 [사설] 계엄의 그림자 넘어, 명예로운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길](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1/image-127.png)
정부가 13일 단행한 대규모 장성 인사는 군의 체질을 새로 가다듬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에 중장급 장성 20명이 새로 진급·보직됐으며, 전체 중장 33명 중 20명이 교체됐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군 내부의 혼란과 국민적 불신을 씻어내기 위한, 이른바 ‘문책성 쇄신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가 “국민의 군대를 재건하고 안보 공백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인적 교체가 아니라 군의 정신적 쇄신이다.
군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명예’를 다시 그 중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명예는 군인의 계급장보다 무겁고, 어떤 권력의 그림자보다 길게 남는다. 명예를 잃은 군은 총검을 가져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명예를 지킨 군은 총을 들지 않아도 국민의 존경을 받는다. 지난해의 불행한 비상계엄 사태는 바로 그 명예가 정치의 욕망에 짓밟혔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었다. 다시는 대한민국의 군이 권력의 명령에 동원되어 국민을 향해 마주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장, 김승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정수 2작전사령관, 안준석지상작전사령관. (사진제공=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인사에서 非육사 출신의 비율이 높아진 것은 다양성 확보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또 다른 ‘비육사 대 육사’의 대립 구도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출신 학교가 아니라 능력과 신뢰, 책임의식이 인사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군 내부의 균형과 화합은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내부 분열을 막는 첫 걸음이다. 다양성을 빌미로 분열을 조장하거나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인사는 군의 정통성을 해칠 뿐이다.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북핵 위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동북아 정세는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은 정치적 줄세우기나 학연 중심의 줄다리기에 휘둘릴 여유가 없다. 오직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데 전념해야 한다. 그 어떤 정권의 이해관계도, 그 어떤 권력의 논리도 이보다 앞설 수 없다.
군은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최후의 보루다.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믿고 기대는 존재, 그것이 대한민국 군의 자리여야 한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군이 다시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길 바란다. 군이 정권이 아니라 헌법에 충성하고,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 앞에 책임지는 조직으로 바로 설 때 비로소 국민은 안심하고 군을 신뢰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내란적 계엄 동원 사태는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 그것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무너뜨릴 뻔한 치욕의 역사로 남았다.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물갈이’가 아니라, 다시는 그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국군의 다짐이 되어야 한다.
군이 다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조직으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 명예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다. 권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을 향하는 군, 그것이 진정한 ‘국민의 군대’이며, 우리가 다시 세워야 할 대한민국 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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