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新냉전의 교차로에서, 한반도의 길을 묻다 [사설] 新냉전의 교차로에서, 한반도의 길을 묻다](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0/image-97.png)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이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례적인 환대를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선언했고, 최 외무상은 “두 나라의 연대는 변함없다”고 화답했다. 한동안 정체돼 있던 북러 관계가 급속히 복원되며, 한반도 외교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 정상회담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김정은과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푸틴과 김정은은 군사·기술·에너지 분야에서 실질적 이해관계를 확대하며 새로운 동맹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러시아를 통해 체제 안전과 경제적 숨통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직접 담판형 외교’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강한 지도자 간의 거래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지금의 북러 밀착은 김정은에게 협상력을 높여주는 반면,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한다. 북한이 러시아의 군사적 후원을 등에 업을 경우, 미국의 압박 카드가 무뎌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서둘러 받아들일 이유가 줄어들었다. 그 결과 북미 대화는 실질적 진전 없이 상징적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러 밀착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병참 자원을 보충하고 있다. 북한은 그 대가로 위성 기술과 첨단 무기 정보를 제공받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호 의존이 강화되면, 한반도는 사실상 신(新)냉전의 전초기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대결 구도가 공고해질수록 북미 대화의 공간은 더 좁아진다.

한국과 미국은 이 흐름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대러 접근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진정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면, ‘친분 외교’나 ‘장면 연출’식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질적 신뢰 구축, 단계적 제재 완화, 그리고 동북아 안보 구조의 장기적 안정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
동시에 한국 정부도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외교적 균형이 필요하다. 북러의 군사 협력, 북중의 경제 연대, 그리고 미국의 대북 압박이 얽히면 한반도는 다시 강대국의 세력 균형 속으로 끌려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한반도의 외교적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사고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이번에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 실질적 결과를 도출하는 협상이 되어야 한다. 단기적 관심을 위한 장면 연출이 아니라, 장기적 평화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 진정한 외교의 역할이다. 북러 밀착이 만들어낸 새로운 냉전의 그늘 속에서, 한반도가 또다시 외교 실험의 무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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