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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열차는 없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두고 연일 논쟁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주장

무임승차 폐지하면 더 큰 보따리 내놓아야 할지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8일 65세 이상에게 제공되는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당연히 노령층을 대변하는 대한노인회가 발끈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을 즉각 철회하고 1000만 노인에게 사과하라’며 격분했다.

‘노인을 위한 열차는 없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두고 연일 논쟁
교통 관련 정강정책 발표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1984년 도입되었다. “노인복지 향상·경로사상 고양을 위해 노인의 지하철 운임을 면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였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상 이용을 비판하는 입장의 근거는 매번 유사하다. 65세 이상이 20%에 육박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 무임승차에 따른 천문학적인 비용, 지하철 적자의 주범 등이 폐지를 정당화하는 레퍼토리이다.

얼마가 되었든 이들 세대의 지하철 무상 이용이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2022년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매출은 1조7683억원, 당기순손실은 6천420억원이었다. 손실은 서울시의 재정지원금을 반영한 규모로 실제 1조원대 적자가 발생했다. 무상승차를 폐지하면 노인들의 탑승이 확연히 줄겠지만 그럼에도 탑승 때마다 비용을 지불한테니 적자를 줄이는데 일부나마 도움이 되긴 할 것 같다.

하지만 무임승차를 폐지하려는 주장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복지에서 가장 뒷전이라고 스스로 느끼는 노인층의 마지막 자존심과도 같은 것이다. 노인들은 이를 대한민국 사회가 빈곤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현재 노령층에게 감사 표시를 하고 있다는 가장 선명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들이라도 잘 살아야지’라는 자기 세뇌가 노인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덜 요구하게된 요인일 것같다. 하지만 ‘내것까지 뺏어가?’하는 생각이 그들 마음 속에 자리 잡는 순간 노인층의 요구는 겉잡을 수 없을만큼 폭발할 것이다. 무임승차마저 노인들로부터 뺏는다면 ‘우린 왜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장애인 등이 누리는 복지만큼 받지 못하는가’라는 반발이 커질 것이다. 이후 노인들은 더 큰 복지를 쟁취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이 분명하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4%, 약950만명으로 정치공학적인 표 계산으로만 따지면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이다. 이 집단은 2030년 1306만명, 2040년 1724만명으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노인회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반기는 김호일 회장 (사진=연합뉴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노인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현재 노인층 다수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있어 능숙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온라인 공간을 통한 정치세력화 부분에서 실제 영향력보다 덜 대표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도 강력한 목소리를 낼 능력과 의지가 충만한 40·50대가 65세가 되는 시점이 다가오면 상상하기 힘든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상황에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사회가 아직 목소리를 작게 내는 노인 세대를 달래고 있는 명분이다. 대한노인회에서는 “출퇴근 시간은 요금을 내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수용을 하려고 한다”며 무임승차가 단순히 ‘돈’의 문제만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혼잡하지 않은 시간에만 지하철을 이용해 사회적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노인회의 자세는 복지를 요구할 때 지하철은 당연하고 버스와 택시까지 무상으로 해달라는 식의 요구를 하는 다른 집단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노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능력만큼 낸다면 어떤 정치인도 감당할 수 없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어야 한다. 노인 무임승차 폐지는 “60대 이상은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처럼 노인들의 자존심을 부수는 주장이다. 노인으로부터 요금을 받는 순간, 부서진 자존심보다 더 큰 보따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의 지지 기반은 20·30대 남성 청년이라고 한다. 이들의 마음을 잡으려니 그들 구미에 맞는 말을 하는 것도 이해된다. 이 대표는 “(노인 무임승차) 비용은 미래세대에 전가되고 있다”며 “이제는 정치를 하면서 표가 떨어지더라도 올바른 이야기를 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논쟁적이면서도 30년 뒤를 바라봤을 때 옳은 선택,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0년 뒤면 지금 이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도 노인이 된다. 대중정치인으로서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 비난할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지도자를 꿈 꾼다면 세대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넓게 보지 못하고 무책임한 혐오정치로 정치를 지속하는 모습이 썩 달갑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 대표가 30년 뒤에도 정치판에 남아 있을지 모르겠으나 30년 뒤에도 말을 바꾸지 않을만한 정강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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