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법원 “집권당 고위 당직자 지위 이용…엄벌 불가피” 이정근 측 “실망스러워…항소심서 다시 재판해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사업가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정근(61) 전 사무부총장이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2일 이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6개월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일정 형량 이상을 선고할 경우 경합 관계에 있는 다른 범죄와 분리해서 선고해야 한다.
재판부는 또 이씨에게서 9억8천여만원을 추징하고, 이씨에게서 압수한 명품 다섯 점을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1심의 선고 형량은 검찰의 구형량보다 더 무겁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각종 명품 몰수, 9억8천여만원 추징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 지역위원회 위원장, 사무부총장 등 고위 당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10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했고, 일부는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차례 국회의원 등 공직선거에 입후보해 공직자가 되려 한 정당인으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고도의 염결성(廉潔性)이 요구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공판에서 객관적 증거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며 범행을 부인했고 금품 공여자를 비난하며 진지한 성찰을 보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부 혐의를 자백했고 금품 일부를 공여자에게 돌려줬으며 이 사건 전까지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2019년 12월부터 작년 1월까지 정부 에너지 기금 배정,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와 공공기관 납품, 한국남부발전 임직원 승인 등을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 씨에게서 수십차례에 걸쳐 9억4천여만원의 뒷돈 내지 명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제21대 총선이 있던 2020년 2∼4월에는 박씨에게서 선거 비용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3억3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씨가 수수한 돈 가운데 2억7천만원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알선수재죄에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 총 수수액을 10억원으로 산정했다.
법원은 기소된 혐의들 가운데 정치자금법 위반과 중복되는 알선수재죄 일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씨가 수수한 금품이 알선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유죄로 인정된 전체 수수 액수는 10억여원으로 동일하다. 정치자금법 위반 3억3천만원은 전부 유죄가 나왔고, 알선수재 9억4천여만원 가운데 8천만원은 무죄로 판단됐으나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중복 적용돼 유죄가 인정된 부분이다.
이씨의 변호인인 정철승 법무법인 더펌 변호사는 선고 직후 “검찰 구형량이 징역 3년이었는데 법원이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많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항소심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재판해야 할 것 같고, 이런 조언을 이정근 전 위원장에게도 드렸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 전 위원장은 알선 대가로 3억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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