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혜훈 지명 낙마가 남긴 능사능임 인사의 교훈 [사설] 이혜훈 지명 낙마가 남긴 능사능임 인사의 교훈](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1/image-58-1024x683.png)
정치는 늘 새 얼굴과 새로운 구호로 변화를 말한다. 그러나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은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인사는 가장 오래된 정치 기술이자, 가장 자주 실패하는 영역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가 철회에 이른 과정은, 인사 실패 한 번으로 넘기기엔 남긴 질문이 적지 않다.
이혜훈 전 의원은 정책 이해도와 의정 경험, 재정 분야 전문성 면에서 여야 모두가 일정 부분 인정해 온 인물이다. ‘능사능임(能事能任)’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정파보다 정책을 앞세운 경력은 실용을 강조해 온 현 정부의 인사 기조와도 맞닿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지명은 끝내 국회를 넘지 못했다.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사가 성립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또 하나의 문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서경(書經)』에는 “인심유위(人心惟危), 도심유미(道心惟微)”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미묘하다는 뜻이다. 권력을 쥔 쪽의 판단은 언제나 합리적이라고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국민의 눈은 그보다 훨씬 냉정하고, 기준도 다르다. 인사는 바로 이 간극 위에서 성패가 갈린다. 정부가 ‘설명 가능하다’고 판단한 인사라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정당성은 흔들린다.
이번 낙마는 인사가 더 이상 ‘적임자를 찾는 문제’에 머물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오늘의 공직 인사는 능력과 경력은 기본이고,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과거 행적이 남긴 인상, 그리고 그 인사가 갖는 정치적 메시지까지 함께 평가받는다. 이 중 하나라도 충분히 검토되지 않으면, 인사는 시작과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이 보장한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은 개인적 신뢰나 정치적 판단을 실험하라고 위임된 것이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맡겨진 국정 운영의 수단이다. 사전에 걸러졌어야 할 쟁점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증폭돼 인사의 취지를 압도했다면, 이는 후보자 개인보다 인사 검증 시스템의 책임이 크다.
문제를 정파 간 공방으로만 소비해서는 교훈이 남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누가 낙마했느냐가 아니라, 왜 그 낙마가 불가피해졌느냐다. 인사는 통합의 계기가 될 수도,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그 차이는 언제나 국민 신뢰를 얼마나 세심하게 고려했느냐에서 갈린다.
능사능임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지명이 철회된 이번 사례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인사는 더 이상 ‘될 사람을 앉히는 기술’이 아니다. 국민 신뢰를 축적하는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다. 그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 순간, 아무리 유능한 인사라도 국정을 떠받치기 어렵다.
이번 인사 실패는 끝이 아니라 점검의 계기가 돼야 한다. 능력과 도덕성, 상징성과 국민 정서를 함께 고려하는 기준을 다시 세우지 않는다면, 비슷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인사의 목적은 자리를 채우는 데 있지 않다. 국가 운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를 국민에게 보내는 데 있다.
인사는 끝났지만, 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인심의 위태로움과 도심의 미묘함을 함께 헤아리지 못한 인사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고전의 경고가 오늘에도 유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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