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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3년 분쟁의 종지부, 론스타를 이겼다

[사설] 13년 분쟁의 종지부, 론스타를 이겼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8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총리실)

정부가 18일 발표한 론스타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제도) 취소 승소 결정은 단순한 소송 결과를 넘어선다. 이는 13년 동안 이어진 국제 분쟁의 고비마다 정부와 공무원들이 흘린 땀의 총합이며, 한국 금융주권을 향한 긴 싸움의 종지부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한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2억1650만 달러(약 4000억 원)의 배상금과 이자, 그리고 취소 절차 소송 비용 73억 원마저 소급해 사라졌다. 국민의 세금 수천억 원이 잘못된 결정에 따라 해외로 흘러나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낸 것이다. 정부가 이를 “재정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라 자평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법률 해석의 영역만이 아니었다. 13년 동안 정권은 여러 번 바뀌었고, 그때마다 사건 처리의 주체는 바뀌었지만 실제로 최전선에서 버틴 것은 보이지 않는 관료 집단이었다. 법무부 국제법무국을 비롯한 실무진은 대통령 공백 사태, 장관 부재 등의 혼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응을 이어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누구의 공도 아니며, 법무부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밝힌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동훈 장관이 취소 신청을 강하게 밀어붙인 판단 역시 결과적으로 ‘끝까지 다툴 가치가 있다’는 소신을 입증했다. 정권의 공과는 나눌 수 있지만, 국가를 위해 묵묵히 일한 공무원들의 헌신은 분명히 기록되어야 한다.

애초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무려 46억7950만 달러, 약 6조90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과 과세 처분이 부당했다는 주장이었지만 그 내막은 금융 규제를 우회하고 최대한의 수익을 뽑아내기 위한 집요한 압박에 가까웠다.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챙긴 이른바 ‘먹튀 논란’의 주체가 바로 론스타다. 인수 비용 1조3834억 원을 들여 3조9157억 원에 팔아치운 회사가 “정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것 자체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이유다.

이번 취소 결정으로 ICSID조차 인정했던 일부 배상금의 근거가 부당했음이 확인됐다. 취소위원회는 판정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한국 정부의 감독 권한과 금융주권은 다시금 정당성이 확인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세 가지를 지켜냈다. 첫째, 수천억 원의 국가 재정이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금융감독 주권이다. 셋째, 적법 절차를 어긴 판정은 취소될 수 있다는 절차적 정의의 원칙이다. 이는 향후 한국이 맞닥뜨릴 수 있는 국제 분쟁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승소했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외환은행 매각 시기부터 이어진 복잡한 논쟁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당시 정책 결정 과정의 책임은 정치권과 금융당국 모두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론스타라는 문제적 투자자가 한국 금융시장의 빈틈을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 그 틈을 막지 못했던 이유, 이후의 분쟁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혼란 역시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한 건의 분쟁을 마무리했다면 앞으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제 분쟁 대응 역량 강화와 금융감독 투명성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신뢰와 시장의 성숙을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할 과제다.

이번 승소는 단순한 법률분쟁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국가가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으며 그 정당성을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국민 세금을 지켜낸 관료들의 헌신, 그리고 론스타의 탐욕적 전략을 끝까지 막아낸 대응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13년 만에 되찾은 공정의 결과를 발판 삼아,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국제 자본의 압박에 밀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나라, 억지 주장에 흔들리지 않는 나라, 스스로의 주권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나라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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