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울산HD, 이청용 ‘골프 세리머니’ 후폭풍… 팬 분노와 신뢰 붕괴의 악순환 [심층취재] 울산HD, 이청용 ‘골프 세리머니’ 후폭풍… 팬 분노와 신뢰 붕괴의 악순환](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0/image-88.png)
프로축구 울산HD가 최근 반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청용(37)의 ‘골프 스윙 세리머니’가 남긴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장 안의 해프닝으로 시작된 논란은 이제 구단 내부의 신뢰 문제, 선수협의 부적절한 대응, 나아가 공정성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울산은 최근 리그 2연승으로 반등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한 시즌에 두 차례 감독이 교체된 초유의 사태 이후, 신태용 전 감독의 경질을 둘러싼 내홍이 팀 전체를 흔들고 있다. 신 전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몇몇 고참 선수가 나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그 고참들이 감독을 건너뛰고 구단 대표 등 윗선과 직접 소통했다. 그리고 나는 바로 경질됐다. 사실상 바지감독이었다”고 폭로했다.
신 감독은 또 “일부 선수가 울산HD를 자신의 팀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지적하며, 특정 선수들의 이기적 행태가 팀의 균형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선수단 내부 권력 구조의 불균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는 이청용이 있다. 그는 지난 18일 광주FC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골프채를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신 감독이 과거 구단 버스에 골프 가방을 실은 일화를 저격한 것이었다. 신 감독은 즉각 “감독 부임 후 딱 한 번 골프를 쳤을 뿐이고, 그것도 구단 대표가 주선한 자리였다. 가방은 집으로 보내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선수가 그 모습을 찍어 구단 수뇌부에 전달했다”는 발언은 사실상 내부 고발자를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이청용의 세리머니 이후,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강등 위기에서 하나로 뭉쳐야 할 때, 고참이 팀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이청용’ 검색량은 세리머니 다음날인 19일, 한 달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팬은 “이청용의 행동은 선수 개인의 감정 표출이 아니라, 구단과 팬 전체를 우롱한 행위”라고 분노했다.
그런데도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는 21일, “이청용 부회장을 향한 악성 댓글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선수협의 입장문은 오히려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감독도 쫓아내더니, 이제는 팬까지 적으로 돌리려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팬들은 “지금 필요한 건 변명이 아니라 사과”라며 선수협의 대응 방식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선수협의 현 지도부 또한 논란을 키웠다. 회장과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근호, 염기훈, 그리고 논란의 당사자인 이청용이 모두 현역 시절 울산HD 및 K리그 주요 구단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셀프 보호 논란’이 불거졌다. 팬들은 “선수협이 선수 보호를 넘어, 내부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단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제는 더 깊다. 노상래 감독대행 체제 이후 울산HD가 귀신같은 ‘무실점 2연승’을 거두자, 일부 팬 사이에서는 불편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태용 감독 시절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는가”, “혹시 내부적으로 감독을 흔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다. 만약 특정 선수가 의도적으로 불성실하게 경기에 임해 감독을 곤경에 빠뜨렸다면, 이는 단순한 불화가 아니라 명백한 승부조작의 영역에 해당한다.

프로스포츠의 근간은 공정성이다. 개인의 감정, 내부 파벌, 혹은 권력 다툼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팬과 구단, 리그 전체를 배신하는 행위다. 울산HD와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단순히 세리머니의 도를 넘은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조직적 비위가 존재하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청용의 세리머니는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팀 내 불균형과 권력 구조의 왜곡을 상징한다. 팬들은 더 이상 그를 ‘캡틴 블루드래곤’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울산HD는 이청용의 팀인가, 아니면 팬과 구단의 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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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휘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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