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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팀보다 자기 과시를 선택한 이청용의 민낯

[사설] 팀보다 자기 과시를 선택한 이청용의 민낯
울산HD 이청용 선수 (사진제공=울산 HD FC)

프로축구 울산HD의 베테랑 이청용(37)이 지난 18일 광주FC전에서 선보인 ‘골프 세리머니’는 팀의 승리를 빛내기보다 퇴색시킨 경솔한 행동이었다. 울산은 이날 2-0 승리로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벗어났지만, 그 의미는 이청용의 자기 과시적 제스처 앞에서 무색해졌다. 페널티킥 성공 직후 하늘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시늉은 특정 인물을 조롱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팬들에게 깊은 실망과 불쾌감을 안겼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신태용 전 감독의 경질 파문이 자리하고 있다. 부임 두 달 만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신 전 감독은, 이른바 ‘감독 패싱’과 일부 고참 선수들의 집단 항명을 폭로하며 “감독보다 힘 센 선수들이 존재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프로 조직의 건강성과 리더십의 균형을 돌아보게 하는 경종이었다.

그러나 이청용은 그 메시지를 외면한 듯했다. 시즌 내내 한 번도 맡지 않았던 페널티킥을 스스로 차겠다고 나선 뒤, 굳이 ‘골프 세리머니’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경기 후 “누가 진솔한지 알게 될 것”이라는 발언까지 남기며 갈등을 재점화한 것은, 프로 선수로서의 품격과 자기 절제가 결여된 행동이었다. 스스로를 높이고 교만함에 빠진다는 뜻의 사자성어 자고자대(自高自大), 바로 이 표현이 이청용의 이번 행태를 상징한다. 진정한 프로는 말보다 태도로, 세리머니보다 헌신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법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승리는 결코 개인의 무대가 아니다. 그것은 구단, 팀 동료, 그리고 팬의 헌신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결과다. 그럼에도 개인적 불만이나 과거의 갈등을 세리머니라는 형식으로 표출하는 것은 선수로서의 윤리와 리더십을 저버리는 행위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조직 질서와 팀 문화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다. 구단은 이를 결코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

신태용 전 감독의 퇴진 이후 불거진 갈등의 본질은 ‘권위의 부재’와 ‘책임의 실종’이다. 감독보다 힘 센 선수가 존재하는 팀, 고참이 기강을 흔드는 구조는 어떤 명문 구단도 버틸 수 없다. 신 전 감독의 발언이 불편하더라도, 그것이 조직의 병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일정한 정당성을 가진다. 반면 이청용의 세리머니는 그 정당성을 조롱으로 덮어버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베테랑이라면 갈등의 불씨를 키우기보다 팀을 수습하고 후배를 단합시키는 역할을 해야 했다.

현재 울산HD는 리그 9위에 머물며 명문 구단의 자존심이 무색할 만큼 부진하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드러난 것은 위기극복의 리더십이 아니라, 자기 표현과 감정 소비에 몰두한 개인주의였다. 팀이 흔들릴수록 필요한 것은 세리머니가 아니라 헌신이며, 자기 과시가 아니라 희생이다.

프로의 명예는 기록에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이청용은 이번 논란을 통해 자신이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순간의 세리머니는 사라지지만, 그가 보여준 태도는 오래 남는다. 팀보다 앞선 자만은 결국 팬의 신뢰를 잃게 하고, 명문 구단의 자존심마저 무너뜨린다. 팀보다 큰 개인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 그것이 이번 사태가 던진 가장 무거운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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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llie98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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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inley4200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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