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버 김어준 씨가 금융감독원 조직개편에 반발해 상복 시위를 벌이고 있는 금감원 직원들을 향해 “불만이면 퇴사하라”고 발언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발언에 금감원 내부에서는 “조직에 대한 모욕”, “생존이 걸린 문제를 가볍게 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씨는 11일 유튜브 방송에서 “(금감원 직원들의) 퇴사를 전원 다 받고 새로 뽑아야 한다”며 “그분들 개인의 삶에서는 납득할 만한 불만이니, 퇴사 처리해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발언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발이 있으니 의견은 들어야 한다”면서도 “정부와 대통령실에 확인해보니 금융감독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에 이견은 없더라”고 언급했다.
해당 발언 이후 금감원 내부 사내 게시판에는 직원들의 분노와 비판이 담긴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직원은 “금감원 조직은 김 씨의 발언으로 크게 상처받았다”며 “많은 직원들이 생계가 걸려 있고 가정의 가장인 상황에서 퇴사를 쉽게 말하는 건 심각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금감원 4급 이상은 퇴사 후 3년간 금융업계 취업이 제한되며, 30대 중반의 직원 대부분은 다른 취업처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생존권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상복 시위를 시작, 현재까지 로비 1층에서 매일 아침 출근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직원은 약 700여 명에 달하며, 정문 출입구에는 반대 명패 수백 개와 “금융소비자보호가 운명을 다했다”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현재 금감원 내부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구성됐으며, 향후 장외 투쟁, 검사 일지 작성 중단, 전 직원 연차 사용, 총사표 제출 등 다양한 집단행동이 논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과 함께 개편 대상이 된 금융위원회 역시 조직개편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위는 현재 단독 노조는 없지만 직원 단체를 구성해 성명서 작성에 들어간 상태다.
해당 성명서에는 “정치권과 정부가 직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조직과 직원에 부당한 피해를 초래하고,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명시될 예정이다.
또한 고위직 증가, 정치적 개입 가능성, 공정한 인사 원칙 훼손 등 개편안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최근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특검법 등을 국회 협치 대상에 올렸으나 무산됐고,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25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직개편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현장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과 정치권 인사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반발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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